권 자 미

먼 데

산들이 겹쳐 앉은 봄날이다

길 저쪽은

함부로 가지 못할 곳 신생아실

이쪽 서늘한 눈길

거기까지 닿을까 미안하다

그림 속 길은

막다른 병원복도와 맞닿아 있다

액자밖엔 눈이 오고 있다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고

타이르는 동안 오후의 진통제가 처방되었다

나른한 잠의 시간 경계에서

침대 모서리를 짚고 일어서 통점

탱자나무처럼 혼자 독해지고

알약 삼키고 맨발로

탱자나무 아래까지 당도하였을 때

한 떼의 새가 날아가고

한 떼의 흰 꽃이 가시 사이로 앉았다

시인은 병원 회랑을 걸으며 그림 한 장을 보고 있다. 그림 속의 길은 막혀있고 시인이 건너고 걸어가는 팍팍한 생의 길도 끊겨있다고 여기고 있다. 강단지게 마음먹고 걸어가야 할 삶의 길이 우리 앞에도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의 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