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면 안다`조영두 지음·부크크 펴냄시조집·9천100원

“자고 나면 그 언저리 선혈이 돋더라

가고 나면 그 뒷자리 바람만 일더라

동백꽃

환한 새벽도

물소리로 지더라.”(조영두 시조 `사랑꽃`)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영두 시인의 첫 시조집 `떠나보면 안다`(부크크) 속에 나오는 시조를 읽으면 마치 한 폭의 오래된 수채화를 보는듯 잔잔하고 그윽한 울림이 온다. 인습에 물들지 않은 맑고 순수한 영혼을 만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가슴 저 밑에서 묻어나는 아련한 그리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서로 사랑하며 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해준다.

조 시인은 1996년 시조문학 3회 천료로 등단했으며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또 한 번 실력을 인정받은 탄탄한 기량을 갖춘 시조시인이다. 그는 평생을 초등학교 교단에 몸담아 오면서 성실하고 존경받는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으며 지난 2월 정년퇴임 했다.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이번 시조집에 담긴 작품들은 사람살이의 고단함, 역동성 등을 노래하면서 소재를 시적으로 읊었다.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인간의 삶에 대한 고찰, 이해를 이끄는 시들은 시인의 오랜 시간 발화 내용과 형식을 통합한 미학적 결심임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조 시인은 “한 점을 찍는다. 그 사이 큰 산을 넘고 바다 같은 강도 건넜다. 그 길에 같이 한 시가 있어 세상이 여유로웠다. 앞으로 또한 그럴 것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조집은 `청산도` `등대는` `돌아앉는 섬 하나` 등 시조 50여 편이 총 3부로 구성됐다. 1,2부는 아프게 통과해온 지난 시간들에 대한 충실한 재현 과정을 작품 속에 담았다. 그 시간들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기억에 자신의 열정을 남김없이 바치는 첫 모습을 선명하게 풀어냈다. 3부는 7년간 근무했던 울릉도에서 만났던 개척민들의 애환에 얽힌 이야기와 풍광을 조용하고 잔잔하게 묘사했다.

▲ 조영두 시인
▲ 조영두 시인

`떠나보면 안다`시집 제목은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인 `울릉도 4-빗소리`중 “떠나보면 안다 빗소리의 여운을/ 절해고도 외딴 사택 지붕 위로 떨어지며/한밤중 가슴 때리는/아! 그리운 이여”싯구에서 따왔다.

원정호 시조시인은 해설 `활화산 같은 진솔한 서정의 숲`에서 “시인이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가꾼 진솔한 서정의 숲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늑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리라 확신한다. 시조 전편이 그의 천선에서 볼 수 있듯이 조용하고 잔잔하며 소박하다. 그러면서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애절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시조 세계는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그리움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두 시인은 경북 영천 출생으로 맥시조문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경북문인협회, 여강시가회, 맥시조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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