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 /><br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피고…”

오지 않을 듯 싶던 봄이 어느 틈에 무르익어 이제는 한낮에 땀이 송송 배인다.

산천이 녹아내려 꽃을 피우고 산에도 들에도 봄 빛깔이 깊으면 저절로 봄노래가 흥얼거려 지는 것이다. 걱정은 사라지고 무엇이라도 잡을 듯하다. 겨우내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나른해 지고 여유로워 지는 것이다.

하지만 봄이 온다고 하여 내 삶의 모습이 그리 달라지는가. 계절이 바뀌어도 선 자리가 변하지 않았다면, 살아가며 겪는 근심과 걱정은 거기 그대로 있는 법.

어느 시인은 그래서 4월을 두고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겉으로는 넉넉해 보이는 날들 가운데 몸으로 지나가는 어려움과 또 그 상처들이 그 어떤 어두운 그림자보다 더욱 짙게 여겨지는 것이다.

저렇듯 아름다운 계절이 이렇게 힘든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과연 사월은 잔인한 달인 것이다.

우리의 4월은 어떠한가. 곧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만난다 하고 연이어 미국과 북한도 함께 해, 드디어 한반도에 봄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기대도 되고 희망이 보인다. 여러 번 속아 본 국민들은 이번에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들려오는 소식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남과 북은 정말로 평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어디 그뿐이랴.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역의 동량들이 저마다 핑크빛 다짐과 약속들을 날리며 뜬금없이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이다.

시장, 군수, 도지사, 시의원, 구의원, 도의원, 교육감…. 후보들 모두의 약속을 모으면 당장이라도 이 나라는 천국이 되는가 싶다. 이제 곧 길거리에 그들이 머리도 조아리고 허리도 굽힐 것이다. 후한 웃음과 풍성한 언변을 대하며 우리 모두 사뭇 들뜨고 고무될 것이며 구름 위에라도 앉을 것이다.

그런데 남한과 북한은 정말로 평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한반도는 저 모든 약속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 돌아서 생각하면, 이 모든 소망과 기대가 또 한 번의 소란스런 기억으로 흩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남과 북,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열강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이 땅의 염원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이익과 욕심에 따라 이 나라는 분단의 고통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길거리에서 명함을 돌리며 지지를 호소하는 저 사람들도 6월 중순이면 씻은 듯이 보이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시민들은 어찌 해야 하는가.

이제라도 눈을 부릅떠야 할 터이다. 우리 정부가 하는 이야기도 북한이 하는 소리도 또 미국이 던지는 이야기도 귀만 열 것이 아니라 생각을 활짝 열어 살펴야 할 것이다. 거짓 주장이나 헛된 욕심을 담지는 않았는지, 이번에는 적어도 평화로 가는 길목에,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든든한 다리 하나라도 생겨날 수 있도록 국민이 사뭇 긴장하며 지켜봐야 할 터이다. 지방선거에 나선 저들에게도 우리는 매서운 눈초리를 거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를 우습게보고 이 틈에 입신양명하려는 이들을 가려내야 할 것이며, 시민을 참으로 섬기며 일할 사람들만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당겨올 사람인지 현명하게 판단하는 주권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화를 했는데 평화가 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쉬울 것인가. 선택을 하고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몇 년은 또 얼마나 안타까울 것인가. 평화의 그림자라도 밟아보고 싶고, 변화의 실개울이라도 건너보고 싶다.

꿈에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으면 싶고, 이 봄에는 좋은 사람들만 선택되었으면 한다. 살피는 일은 우리가 할 일이며, 반듯한 선택도 우리 손으로 하는 것이다.

잔인한 4월을 노래했던 시인의 예언이 이번에는 틀렸으면 한다. 이 봄은 부디 허망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