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고도를 읊다- 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 특별전

▲ 오는 5월 10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선비, 고도를 읊다 - 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에서 선보이는 유물들. `해동남승도`. <br /><br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오는 5월 10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선비, 고도를 읊다 - 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에서 선보이는 유물들. `해동남승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역사·문화·관광 도시 경주는 조선시대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찾았고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옛 왕조의 자취에 주목했다. 그러면 그들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부는 여행기를 남겨 여정과 감상을 밝히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들이 기억을 남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시였다. 최숙정(1433~1480)은 경주로 여행가는 친구를 보내며 “마음에는 첨성대를 그리고, 귀에는 옥피리 소리 들리는 듯(想像瞻星表, 悠揚玉笛音)”이라고 했다. 오늘과 마찬가지로 월성, 첨성대, 포석정, 불국사 등은 당시에도 많이 찾는 장소였다. 여행자들에게 자취만 남은 옛 왕조의 유산은 화려했던 과거를 연상케하는 공간이었다. 김수흥(1626~1690)은 포석정을 생각하며 “과객은 전성기를 생각하나 이곳 백성은 경애왕을 이야기해”라며 왕조의 흥망과 인간사의 덧없음을 술회했다. 정석달(1660~1720)은 봉황대에서 “백리 산하 장관이 펼쳐지고 천년 성벽과 해자가 돌아간다(百里山河壯 千年城沼回)”고 노래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황대가 풍수지리설에 따라 만든 인공산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월성, 첨성대, 김유신 묘 등 주변의 신라 유적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여행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탓에 `봉황대`를 소재로 한 시는 자체 보다 풍광을 이야기 한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시는 신라의 문화유산이 오늘에 이어지기까지 거쳐 온 궤적을 보여준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오는 5월 10일까지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특별전 `선비, 고도를 읊다 - 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경주를 주제로 쓴 시 40여 편과 여행기 7편으로 엮은 전시다.

보물로 지정된 서책인 `상설고문진보대전`과 `고금운회거요`를 비롯해 `매월당시집`, `퇴우당집`, `대동여지도`, `해동남승도` 등 유물 70여 건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품 대다수는 조선시대 개인문집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주목한 것은 책 안에 담긴 시다. 이를 위해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시 40여 편을 모두 현대어로 번역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한시를 소재로 한 만큼 기, 승, 전, 결 4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경주 유적의 현재 모습을 5분할 대형 스크린 영상으로 살펴본다.

도입부인 기(起)에서는 `한시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시의 의미와 규칙을 설명한다. 한자 발음 사전 운서와 시의 모범으로 삼았던 명문선 등이 소개된다. 그 가운데는 세종대왕이 궁중의 서책을 보내 경상도에서 인쇄하도록 한 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보물 제1158호), 문장 교과서 상설고문진보대전 詳說古文眞寶大全(보물 제967호)을 볼 수 있다.

▲ `대동여지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대동여지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승(承)의 주제는 `경주 오는 길`이다. 여행기와 사행록을 바탕으로 경주에 들른 관료나 사신이 잠시 머물렀던 객사를 소개한다. 경주객사 동경관(東京館) 현판, 경주객사 관련 시문, 대동여지도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경주의 명승으로 반월성을 꼽은 조선시대 전국 유람 놀이판 해동람승도(海東覽勝圖)가 흥미롭다.

이어 `전(轉) - 고적 순례`에서는 선비들이 불국사, 봉황대, 괘릉, 첨성대, 이견대 등 신라 유적과 옥산서원, 서악서원을 둘러보고 남긴 시를 조명한다. 김종직(1431~1492)의 시 불국사와 그의 운자를 사용해 지은 후학들의 시를 비롯해 봉황대, 괘릉, 첨성대, 이견대 등 신라유적과 옥산서원, 서악서원 등 유교 사적을 소재로 한 시를 선보인다.

결론인 `결(結) - 옛날을 돌아보다` 부분은 `동도회고(東都懷古)`라는 이름의 회고시와 옥피리와 성덕대왕신종으로 대표되는`신라의 옛 물건(羅代舊物)`을 읊은 시, 그리고 7종의 경주 여행기를 소개한다. 경주부에서 보관해왔던 옥피리와 함께 그 내력을 살펴볼 수 있으며, 여행기 가운데는 당시의 생각과 모습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특히 풍수지리설의 전래 시기 등을 근거로 봉황대 등 시내의 봉분은 인공산이 아니라 신라의 왕과 왕비의 무덤이라고 주장한 이만부(1664~1732)의 글은 눈길을 끈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시대 시는 신라 문화유산이 오늘에 이어지기까지의 궤적을 보여준다”며 “봄날에 경주를 찾은 사람이 선비들의 시를 읽고 경주 곳곳을 탐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특별전 연계 행사와 누리소통망(SNS) 이벤트도 운영한다. 전시 설명회로 큐레이터와의 대화(매주 목요일 오후 3시), 문화가 있는 날 야간 갤러리 토크(1회)를 진행한다. 또 마음에 드는 한시와 시의 배경이 된 장소를 개인 누리소통망에 게재한 관람객들에게는 매주 20명을 추첨해 특별전 기념품을 제공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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