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방 -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탐방
(4)`예린 흙이야기` 도예작가 권미분

▲ 도예작가 권미분

꿈틀로 한켠에 야생화가 피어 있다. 질박한 화분에 청초한 자연미를 물씬 풍기는 야생화가 햇볕에 빛나고 있다. 어느 날엔가, 화분이 통째로 사라졌다. 마음이 상하련만, 야생화 주인은 이후에도 줄곧 작업실 앞에 야생화 화분을 내놓았다. 그의 작업실에도 고운 야생화가 피어 있다. 작업실에 들어서면 자연 속으로 들어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가, 작업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눈다.

“도예를 하는 남편 친구집을 방문했다가 흙으로 물고기 모양의 수저받침을 처음 만들어 봤어요. 나중에 다시 방문했더니 그걸 구워서 주던데, 그 순간 도예의 매력을 느끼게 됐지요.”

권미분 도예작가는 흙을 만지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흙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한 덩이 거친 흙을 맨손으로 계속 만지다 보면 지문이 닳아 없어지기도 한다. 손이 쓰리고 아플 때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몰입할 때가 좋다고 한다. “내 손으로 만진 흙이 불을 만나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지 설레며 기다리는 순간, 가마문을 열 때의 긴장이 즐겁다”고 한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소담한 집 한 채가 있다. 뒷마당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연을 심었다. 해마다 연꽃 두 송이가 피어난다. 권 작가는 자연의 신비에 머리를 숙인다. 작가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소재는 연(蓮)이다. 흙을 만지면 어린 시절 연잎 위에 맺히던 물방울이 떠오른다. 연꽃의 열매인 연밥을 만들어 보겠다고 궁리를 해보기도 하고, 연잎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구상하고 있다. 작가는 그렇게 흙으로 연의 다양한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연말에 꿈틀로에서 만난 작가들과 공동 작품전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흙을 만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염색, 생활한복, 규방공예, 생활 도자기 등 다양한 방면으로 창작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작업실 예린 흙이야기.
▲ 작업실 예린 흙이야기.

그는 자연 속 한적함도 좋아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꿈틀로에 둥지를 틀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도예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꿈틀로 작가연합회장을 맡았다. 그는 손사래를 쳤지만 동료작가들이 떠맡기다시피 했다. 꿈틀로 2기 입주작가가 선정되면 꿈틀로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될 것인데, 이런 상황을 감당할 적임자가 그라는 게 중론이었다. 동료작가들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를 느낄 수 있다.

권 작가는 봉사활동에도 바쁜 나날을 보낸다. 여성회관, 뱃머리평생교육원, 병원 등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렇게 낮은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깨닫게 된다고 한다. 작가는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반려자가 있어서 이런 활동이 가능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의 작업실 명칭은 `예린`, 아름다운 반딧불이라는 뜻이다. 자연을 배우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작품세계도,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의 인생도 밤하늘에 빛나는 아름다운 반딧불을 떠올리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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