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피해 차등 보상 `갈등`
정부 지원, 주택에만 집중
상가 3천156건 피해에도
관련 규정 명확하지 않고
지원금 턱없이 낮게 책정

“폭탄을 안고 살고 있는 심정입니다.”

지진피해 복구가 주택 위주로 진행되면서 시장·상가 등 집합건물 입주 피해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행정사각지대에 소외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가 등에 대한 피해 지원 규정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지원금이 실제 수리 비용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11·15지진과 지난 2월 11일 발생한 규모4.6의 여진 이후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된 포항지역 주택, 상가 등 건물피해는 모두 4만5천10건에 이른다. 주택이 4만478건, 상가 3천156건, 공장 94건, 기타 1천282건 순이다. 이 가운데 포항시가 건축 전문가와 공무원의 현장조사를 토대로 56% 수준인 2만5천389건을 지진피해로 인정한 상태다. 피해보상액을 따지면 소파를 기준으로 잡아도 300여억 원이 넘는다.

이렇듯 지진 피해 집계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복구와 수습은 여전히 문제를 남기고 있다.

정부의 지진피해 복구지원이 주택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상가건물 입주민인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복구지원금이 실제 피해에 비춰 턱없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다층 건물 복구작업시 필수요소라 할 수 있는 층간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점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경우 이웃간 갈등과 분쟁으로 번질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 처해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도 시간만 보내야 하는 상인들의 속앓이는 깊어만 가고 있다.

포항시 남구 해도동 큰동해시장 상인들이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이불장사를 하고 있는 김군자(59·여)씨는 지난해 `11·15지진`때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어렵게 시작한 가게가 지진의 충격으로 건물 밖 기둥 받침돌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다. 지진 이후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는 누수현상마저 발생해 판매용 보관제품을 모두 버려야 할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포항시 지진피해 접수창구에 피해를 신고한 결과 `소파`판정을 받아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지원금을 받은 김씨는 복구공사를 하기 위해 업체 몇군데에 문의한 결과 복구비용으로 400만~500만원이 든다는 답변을 들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1층 가게 수리를 위해서는 위층 거주자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개인 사유지란 이유로 번번이 출입을 거절당해 김씨는 공사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상인들이 피해건물 수리를 할 수 있도록 포항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층 건물의 복구를 위해 층간 협조가 필수적인데 포항시 등 행정기관이 중재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같은 시장에서 참기름가게를 운영하는 이숙희(67·여)씨도 비슷한 처지이다. 이씨는 아예 천장 누수를 막고자 아크릴판을 임시로 설치해 간신히 버티고 있다. 이씨는 “큰동해시장에만 이같은 피해를 입은 상인이 입주자의 80%나 된다”며 “하루빨리 현실적인 지원책이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포항지역 다른 재래시장 여러 곳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포항시 북구 창포동 두호종합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백모(60·여)씨는 “이번 지진 피해 복구에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외면받고 있다”며 “처음에 주민센터 등에 신고를 하려해도 `상가는 안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북구 장성동 장성종합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모(59·여)씨도 길게 금이 간 가게 벽면을 가리키며 “균열로 인해 옆집이 훤히 다 보인다”며 “100만원에 불과한 소액 지원보다 실질적 복구에 도움이 되게끔 주택과 상가 구분없이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시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포항지역 소상공인들의 호소에도 포항시는 손을 놓고 있다. 포항시가 지진피해복구와 관련, 소상공인들에게 정부지원금과 별개로 지원하고 있는 돈은 경북도재해기금에서 지원하는 1가구 70만원(소파 기준)이 전부다. 이마저도 현재 재원이 바닥을 드러내 2월의 본진급 여진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택과 상가 모두 사유지라 지진피해로 인한 직접적인 지원은 어렵지만 주택의 경우 시민들의 의식주와 직결되는 만큼 지원 규모가 크다”며 “그나마 상가 지원방안인 경북도재해기금이 고갈될 우려가 있어 현실적인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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