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북유럽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 중에 정어리는 항구에 도착하는 동안 대부분 죽는다. 하지만 살아남은 정어리들은 식감이 매우 좋은 탓에 높은 가격에 팔린다. 이 정어리가 가득 담긴 수족관에 천적인 메기를 넣으면 정어리들이 잡아먹힐 것 같지만, 오히려 생존을 위해 더 활발히 움직여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면 미물조차도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이 효과를 `메기효과`라 부른다.

미꾸라지 어항에도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미꾸라지가 생기를 얻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할 때 이 방법을 이용한다. 메기로 미꾸라지를 생존시키는 이 메기효과를 오늘날에는 기업경영에 접목하기도 한다. 메기 효과를 아는 조직은 다면평가제도나 승진, 성과급, 신진세력 투입을 적용하여 조직의 정체현상을 극복하고, 동기를 부여하여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두고 한국 가구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예상과 달리 이케아의 국내 상륙은 국내 가구업체들이 소비자 기호에 맞추어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결과 걱정했던 시장잠식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이케아는 국내 가구업체들에게 유익한 자극제로 작용한 메기가 된 셈이다. 오늘날 다수의 사기업들이 사원들 간의 경쟁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회사발전과 능률을 향상시키는 것도 이 메기효과에 의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공직사회에도 민간경력자 출신 공무원이 많이 채용되고 있다. 이 민간경력자들이 정부 부처에 투입되면서 정체된 공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책에는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투입된 경쟁자의 존재가 기존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일종의 메기효과를 기대하는 셈이다. 사실 지금의 우리 공직사회는 능력이나 실적을 떠나 큰 과오만 없으면 한번 공무원이면 정년까지 영원한 공무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고 각 대학의 교수나 교직사회도 마찬가지다. 능력과 실적은 뒷전이고 타성에 젖은 무사 안일한 자세와 책임회피, 갑질 등 공직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잠재하여 있다.

민간경력직 채용제도는 민간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적업무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선발하여 필요한 장소와 시기에 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민간부문의 전문성과 효율적인 업무방식을 공공부문에 접목하는 것을 일부 공무원들은 메기효과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과 걱정을 하고 있다. 승진이나 보직을 놓고 쟁탈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능력에 상관없이 `공채 순혈주의나 연공서열`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 국가의 국제경쟁력이 물적요인과 인적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때,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인적요인이다. 민간경력자 상사와 함께 근무했던 행안부의 한 공직자는 `아무래도 민간 영역의 전문가들이 오는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을 일깨워 줄 때가 많았으며, 의사 결정과 실행이 빠르며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다.

국민복지와 행정서비스를 극대화하려는 정책에 두려움을 느끼는 공직자들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복지부동으로 자리에 연연하며 승진만 계산하는 공무원들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공조직이 정체될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선생의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한 백성을 사랑하는 애휼정치에 힘써야 한다는 공직자상을 적은 `목민심서`가 지금의 공직자들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