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동 현

선각자들은 안다

그는 초당에만 있지는 않다

이 추운 형산 뱃머리에도 있고

한겨울 견뎌 낸 동백처럼

붉게 꽃피워 내는

나라사랑에도 있다

유배18년 고독 벗 삼아

등잔불아래서 일구어 낸

다산4경의 약천이며

연못속의 석가산(石暇山)이며

적거(謫居)의 진한 고독이여

샘터속 바위속에 깊게 판

피로세긴 정석(丁石)의 노래

눈 쌓여 인적 끊긴 산골

새 울음소리 마져 깊이 잠든

아 적막한 밤에

댓잎의 울음만으로

고이 피워 낸 꽃

정석이란! 두 글자의 노래씨앗이

바로 그 꽃속에 그리움으로 삭아

기어코 꽃으로 피어난 이름

동백꽃이여

짙붉은 동백꽃 속에서 한 많은 역사와 그리움과 고독, 외로움에 붉게 젖은 시간을 읽어내는 시인의 눈과 가슴이 깊고 그윽하다. 엄동을 견디며 댓잎의 울음만으로 피워 올린 동백꽃이 가만히 열어가는 새 봄, 눈 시린 연두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빛을 따라가 보는 아침이다. 희망이 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