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주 택

썩은 물만 고여 있는 만(灣)

배도 항해를 잊은 지 오래인 듯

시궁창에 처박혀 있고 장례를 치룬 듯

미처 다 이름을 부르지 못한 잡초만이

꺽꺽 쇳소리를 내며 바람에 흔들린다

저 포구의 구경꾼들은 폐허를 알아버린 듯하다

곰삭는 새우젓 냄새가 마른 똥 냄새를 풍기고

깃발이 찢겨진 배가 시커먼 개펄에

묻혀만 있을 때 추억의 문장인 소금도 시궁창 물에 섞여

자신의 존재를 잃은 채 노란 거품을 문다

물의 감옥인 소래, 구경꾼 생의 배경이 되는 개펄

엉겅퀴꽃 피는 저녁, 그 꽃의 가시가

찔러대는 흉조의 밤, 그곳은 고속도로가

협궤열차를 대신하고 중국산 농어가

창백한 혀를 대신하는 8월이다

어족의 무덤 소래에

별들이 썩어 되비쳐 올라간다

인천만 팔미도가 저만치 바라보이는 곳에 소래포구가 있다. 포구의 썩은 물이 고여 부패의 냄새가 풍기고 폐허와 상실과 소멸의 정서가 시 전체에 흐르고 있음을 본다. 가시를 품고 보랏빛 꽃을 피우는 엉겅퀴꽃이 피는 저녁은 죽음과 폐허와 몰락의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