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 지원·복구 관련
김정재 의원 등 발의안 4개
국회 상임위 상정조차 안돼
市, 법 제약 묶여 발만 동동
“흥해 재생지역 지정이라도”

“강한 충격이 왔을땐 호들갑을 떨다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고 있다”

포항지진 피해복구와 관련한 법적인 뒷받침 얘기다.

지난해 11월 15일 들이닥친 규모5.4지진과 2월 11일의 규모4.6의 본진급 여진 피해 수습에 필요한 지진피해지역의 지원 및 복구와 관련된 법률 제·개정 작업이 거북이 걸음이다. 한마디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 출신 국회의원이 주축이 돼 발의한 4개 법률 제·개정안 모두가 본회의 심의는커녕 대부분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아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되면서 지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포항시에서는 나름 지진복구 및 도시재생과 관련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사업 진척이 불가능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태다.

26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11.15지진`이 발생한 지 5일만인 지난 해 11월 20일 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 등 14명이 일부 개정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다음날인 같은 달 21일 바로 상임위에 회부됐으나 아직까지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않은 상태다.

이 법안은 지진 피해 주택의 복구비지원 상한기준과 국비지원 비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지진피해 복구지원 비용은 15년 전 풍수해를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으로,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에 불과해 경제 현실에 비춰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개정 법안에는 지원금액의 국비 부담률을 현행 30%에서 80%로 끌어올려 최대 3억원까지 지급하도록 돼 있다.

김 의원 등 30명이 지난해 11월 27일 제정 발의한 `지진재해로 인한 재난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지난 2월 8일 일부 개정 발의된 `지진·화산재해 대책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법안 역시 지진으로 파손된 주택의 수리 및 개축과 내진보강 비용 지원에 있어 상한선과 국가부담률 등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 아직 위원회의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회의 심의까지는 한참 돌아가야 한다. 본회의 심의통과 이후에도 절차가 더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갈길이 첩첩산중인 셈이다.

행정안전위 소관인 위 3개 법안과 달리 김정재 의원 등 10명이 지난 1월 9일 일부 개정 발의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그나마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의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도 공포까지는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보여 지진 피해 복구에 당장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 4개월이 넘어섰지만 아직 진앙지이자 가장 피해가 큰 흥해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포항시만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시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전담조직인 `지진피해수습단`을 발족하고 북구 흥해읍사무소에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까지 문을 열었다. 겉모습은 갖췄으나 제 역할은 못하고 있다. 법적인 제약 때문이다. 도시재생 자체가 주민 주도로 시행되는 만큼 특별재생지역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주민설문 조사에만 힘을 쏟고 있다.

주민들이 물어오는 도시재생과 관련한 각종 궁금증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업이 관련법인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통과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시일만 허비하게 되는 것.

포항시 차원에서의 사업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은 시작도 못하고 관련 부처별 아이디어 발굴 보고회 등 초기 단계의 사업만 겨우 진행하고 있다. 각 부처가 내놓은 `세계선도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다목적 재난 대피시설 건립` 등 모두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관련법이 통과돼야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관련 법안의 처리가 마냥 늦춰지고 있어 일선 지자체에서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그중에서도 흥해읍에 대한 특별재생지역 지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흥해읍 주민들 역시 도시재생과 관련해 피부로 느낄 변화나 확정된 게 거의 없이 막연한 홍보만 수개월째 반복되자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흥해읍 주민 손철익(65·옥성리)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진 현장을 방문, 도시재생사업 등과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흥해읍이 당장 피해 복구가 될 것같았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4개월째 국회에서 미적거리고 있다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