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기초자치단체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조례가 제정됐다. 대구 중구청은 “`대구광역시 중구 지역상권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가 중구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히면서 “대구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했다.

대구 중구청은 2년 전인 2016년 4월에도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에 나섰으나 중구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대구 중구의회는 사유권 침해와 시장경제 질서에 반한다는 이유에서 조례 제정에 반대했었다.

중구청의 이번 젠트리피케이션 조례 제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협의의 기회가 만들어졌으며,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구 중구청은 이번 조례 제정에 앞서 `도심 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 용역결과 대구의 명소로 떠오른 대봉동 `김광석 길`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공시지가가 23.7%나 올랐고, 상권 평균 영업기간은 6.6년, 폐업에 이르는 기간도 9.3년으로 짧았다. 임대료는 2013년의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례 제정은 이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부작용에 대해 대구 중구의회도 함께 공감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재건축 등으로 변하면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등 서구의 대도시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의 홍익대 인근이나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도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는 대표적 장소로 알려져 있다.

대구 중구청이 마련한 조례안에 따르면 건물 소유주인 임대인과 입주자인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고, 상생협력 상가협의체를 만들면 구청은 해당 상가의 시설 보수와 환경 개선 등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쪽은 5년 이상 장기 계약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는 약속을 먼저 하여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제정의 목적은 지역발전을 전제로 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상생에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도 하지만 사유권도 최대한 보장하는 상생의 관계를 유지할 때 변화와 새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문화예술인의 노력으로 되살려놓은 구도심 상권을 대형 프랜차이즈 등이 독식하는 일은 바람직하지가 않다. 지속발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속 성장의 모델의 한 방법으로서 젠트리피케이션 조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 상생할 자세가 돼 있는지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