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뭐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한국사회의 부패한 지도층을 조폭, 골프, 영화, 비선실세 등으로 빗대어 허구적으로 창작된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 일부이다. 2년 전 7월 교육부의 한 정책기획관이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민중은 개돼지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 등의 망언을 했다. 본인은 취중에 영화대사를 인용했다지만 당시 상황으로 보아 그의 편협된 사회관으로 인한 진담의 성격이 더 강했다. 결국 이 공직자는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의 실추와 고위공직자가 지켜야 할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최고수위 징계인 파면 처분을 받자 정부를 상대로 파면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나 전 기획관의 비위 사실은 인정되지만 정도에 비해 징계가 과하며 국민적 공분이 초래된 점이 너무 지나치게 고려됐다고 판단해 나 전 기획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교육부는 당초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15일, 1,2심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며 2심 판결을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결과로 인해 이 공직자는 최종 승소해 복직하게 됐다. 이번 판결을 잘 못 해석하면 이제는 법적으로도 대중들을 개돼지로 인식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인간의 사고는 짐승으로 태어나 교육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 길들여진다. 길들여지지 않은 것은 인간이 아니다. 조선의 훈민정음 첫 구절에 나오는 `어린 백성`은 어리석은 백성이라는 뜻이다. 왕조시대 백성을 향한 임금의 `측은지심`은 백성을 어리석은 존재로 보는 시각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백성을 어리석은 존재로 보는 시각과 백성을 개돼지로 보는 시각은 기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한편 생각하면 예나 지금이나 민중은 개돼지 취급을 받아 왔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나라를 팔아먹어도 결국 지지했다.

민주주의제도는 결국 자기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불신에 기반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공직자들이 백성을 어리석은 존재 또는 개돼지로 보는 것을 거부했으면, 백성을 향한 공직자들의 측은지심 또한 기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주의 하에서 대중이 인간답게 살려면 대중들 스스로가 더 이상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전 기획관의 시각으로 보면 사람이 1%이고 99%는 개돼지(민중)이다, 그래서 그는 1%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사회건 신분제를 유지하는 동력은 상위 1%의 귀족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30% 이상을 차지하는 평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파의 한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부가 여론의 인민재판이 무서워 일단 파면부터 해놓고, 소송을 걸면 교육부가 패소할 것이니 소송을 통해 복직하라는 심보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거야말로 법을 개와 돼지 취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젠 한국의 법까지도 개돼지 꼴이 된 셈이다.

제일 야당 텃밭인 경북도지사 경선이 네거티브 등으로 과열, 혼탁 양상을 보인다는 판단 하에, 허위사실 유포, 상호비방 등을 하는 후보자는 자격 박탈 등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욕심이 눈을 가려 오로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반칙이 또 기승을 부린다. 고대 중국의 남용이란 사람이 `시경, 백규`에 나오는 `옥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 있으나, 말의 티는 없앨 수 없다.`라는 구절을 하루에 세 번씩 외웠다. 공자는 이것 하나만을 보고서 남용을 선뜻 자신의 사위로 삼았다. 그만큼 공자는 말을 신중하게 하여 허물을 적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도지사 후보자들이 삼가 새겨야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