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노문학
▲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공식적인 해외순방에 나섰다. 오는 24일까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고 쩐 다이 꽝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24일부터 27일까지는 아랍 에미리트를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제와 미래성장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국가수반이 정상외교를 통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국제적인 위상을 고양하는 일은 그의 고유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그것을 간명하게 함축하는 용어가 `정상외교`다.

이미 한국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5월 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5월 초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마련함으로써 한국외교의 금자탑을 쌓아올리고 있다. 일찍이 없던 한국외교의 위대한 성취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반도의 명운을 움켜쥔 당사자가 미-일-중-러 4대강국이 아니라, 한반도 거주민이라는 `당사자주의`를 확립한 의미심장한 성취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초기의 의구심과 미심쩍음을 내던져버렸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대북송금에 관한 특별검사제를 수용했던 노무현 정권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던 때문이다. 사적인 이해관계나 정파적인 목적이 아닌, 민족내부의 고도의 통치행위마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안타까움과 우울함이 깊이 자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는 것처럼 20세기 `가장 더러운 전쟁`으로 명명된 베트남전쟁은 그들의 통일전쟁이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한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욕망 때문에 프랑스의 뒤를 이어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베트남 전쟁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 1964년의 일이었다. 한국은 군사적-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미군 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베트남에 파병한다.

1965년 10월 9일 청룡부대와 10월 22일 맹호부대가 베트남에 상륙한다. 그리하여 1973년 3월 한국군 전투부대의 완전철수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34만에 이르는 병력을 베트남에 보냈다. 5천의 한국군이 죽고, 2만여 고엽제 환자를 낳은 베트남 전쟁으로 한국은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된다. 어린이와 부녀자, 노약자를 포함한 다수의 민간인 학살을 포함해 한국군은 5만여 베트남인들의 목숨을 앗아갔음이 드러났다.

박정희가 내세운 `조국근대화`를 위해 한국의 숱한 청춘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목숨을 잃고, 무고한 수만의 민간인을 학살한 전쟁. 언젠가 하노이에서 다낭까지 5박 6일 동안 베트남의 전쟁과 역사박물관을 순방한 적이 있다. 영어로 시작된 자막이 도이치어나 프랑스어가 아니라, 즉시 한국어로 울려 퍼지는 베트남의 전쟁 역사박물관. 얼마나 많은 베트남인들이 통일전쟁의 희생제물이 되었는지를 웅변하는 현장에서 차마 목이 메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우리는 아베 같은 일본 정치 지도자들에게 종군위안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들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아베와 그 추종자들은 전임 박근혜 정권과 그 하수인들과 불가역적인 해결방안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정신이 온전한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합의안 아니었는가. 이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입장은 앞으로 더욱 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젠 우리 차례다. 경제성장과 돈벌이를 위해 미국의 용병으로 파병된 한국군의 만행을 베트남 국민들과 역사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온당한 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는 아베와 일본 정객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여, 보았는가?! 우리의 사죄와 배상을 그대들은 똑바로 확인했는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 “베트남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