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의 살며 생각하며 ⑺

얼마 전에 유튜브를 뒤지다보니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다 온 게 아니라고 했다. 미국이 안 갔다 오고 갔다온 척 꾸몄다는 것이다.

음모론의 일종이다. 왜 공기도 없는 달에서 성조기가 나부끼느냐. 지구를 감싸고 있는 벤엘런대라는 자기장 띠를 어떻게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느냐, 거기 가득한 방사능이 우주인들을 그냥 놔둘리 없는데. 당시 우주인들은 알루미늄과 유리로 만든 얇은 우주복을 입었다. 그것으로 방사능을 피할 수 있었을까. 또 달은 태양이 비치는 곳은 250도나 되고 안비치는 곳은 마이너스 250도나 된다. 이런 것도 극복 가능했겠는지?

과학자들에 언론까지 휘말린 진위 논란에 판별할 능력은 없다. 아직도 달에 사람이 가지 못했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렇다면 달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신비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달을 떠나 더 먼 우주로 시선을 돌려보자. 담박에 막막해진다. 몇 년 전에는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을 당했다. 그런 `가까운` 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할 것이 수없이 많다. 하물며 은하계들 수없이 펼쳐진 우주에 대해서는?

어떤 책을 보면 이제는 그런 은하계가 우리 은하계 말고도 수없이 많다. 우리 은하계만 해도 항성이 어림잡아 1천억 개 이상, 우주에는 그 은하계가 수천 억 개 흩어져 있다. 그러나 그뿐? 초끈이론이다, 막우주론이다 하는 첨단 이론의 논리적 귀결은 이 우주조차 하나가 아니어야 한단다.

우리가 얻어들은 이야기로는 우주의 나이 137억년 또는 138억년쯤. 그 태초에 대폭발이 있었고 우주는 그때부터 지금껏 팽창 중이다.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다. 도대체 그 대폭발은 어디서 일어났단 말이냐?

이 공간에 대한 의문은 나를 막막한 절망에 빠뜨린다. 그런데 이 우주가 또 하나가 아니고 우주밭에는 우주가 포도밭의 포도송이처럼 다닥다닥 열렸다는 것이다. 빅뱅은 이 우주들이 서로 근접할 때 충격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그러니 빅뱅은 하나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무한은 그 바깥이라는 개념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그 바깥에는 아무 것도 `없다`. 바깥이 없으면 안도 없어야 하겠다. 하지만 우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갓 지구인들이 어떻게 다 알랴. 우리는 이 공간의 한없는 넓이를 극복할 수 없다! 우리는 차원의 벽을 넘나들 수도 없으리라.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다.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76세까지 장수를 누렸고, 낙천적이었다 한다. 그가 내놓은 이론 가운데 `호킹 복사`라는 것은 블랙홀에서도 뭔가가 흘러나올 수, 빠져 나올 수 있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블랙홀도 영원한 수렁이 아니요, 사라질 수 있는 어떤 것이 된다.

별 아저씨 호킹 박사. 사람 중에 그렇듯 의지 굳고 밝고 상상력 큰 사람도 없었던 듯하다. 지구를 사는 미물 사람의 하나로서 명복을 빈다. 당신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소. 아니, 불행의 질량을 많이 줄였소.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