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공세가 본격화됐다. 청와대는 오는 26일 정식 발의를 앞두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개헌안 내용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개헌 이슈를 다루는 여야 정당의 정략적 논란에 더해 대통령까지 6월 지방선거용으로 개헌 정치공세를 펴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개헌을 당리당략의 제물로 삼는 것은 국가발전에 백해무익할 따름이다.

21일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지방분권 조항들이 관심을 끈다. 개헌안 제1조3항에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명기하고, 자치행정권·자치입법권 강화 및 자치재정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았다고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고, 자치재정권과 관련해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해 주목거리다.

전날 발표된 내용은 헌법전문에 부마항쟁, 5·18, 6·10 등을 명문화하고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의무화와 국민의 생명권·안전권 등 신설도 포함돼 있다.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고, 논란이 돼온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도 새로운 내용이다.

현재의 의석분포에서 대통령의 개헌발의가 법적 절차를 마칠 가능성은 제로(0)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처럼 개헌드라이브를 가속화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개헌 협의를 도무지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개헌을 몰아붙이는 청와대의 독주는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개헌 대 반(反)개헌세력 구도로 치르려는 저의라는 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의 개헌안은 다분히 인기영합적인 대목과, 토지공개념 등 진보여론에 짜 맞춘 실험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보인다. 국민공감대 가능성보다는 정치선전적인 성격이 역력하다.

최근 개헌안 논란을 보면 정부여당은 수상하게도 대통령 권력분산에 미온적이고, 한국당은 지방분권 개헌에 얄밉도록 소극적이다. 개헌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 분산`과 획기적인 `지방자치 발전` 두 가지에 집중되는 것이 맞다. 지금부터라도 국회가 개헌시기와 내용에 관해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여차하면 청와대의 단독질주 여파 속에서 국회가 우매한 반 개헌 집단으로 몰릴 개연성이 높다. 모든 정략적 관점을 버리고 시대정신을 올곧게 담은 개헌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혼미한 개헌정국을 명쾌하게 정리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