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 /><br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다. 만날 적 좋았던 사람은 헤어지고 나서도 그리운 법이다. 반대로, 함께 했던 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다면 헤어진 다음 느끼는 미움이나 상처도 그만큼 남아있지 않을까.

혹 그 상흔이 오래오래 남아있기도 할 것이다. 정부 수립 후 우리는 열두 사람의 대통령을 만났다. 그들 모두 만날 때야 거의 모두 국민들의 기대와 박수 가운데 등장했지만 헤어질 때 느낌이 좋았던 대통령은 우리 기억에 어째서 없는 것일까. 왜 그랬을까. 무엇이 잘못 되었던 것일까. 대통령은 선출직 공무원이라 국민의 손으로 뽑게 되어 있는 것인데, 우리는 어떤 실수를 거듭하고 있는 것일까.

마침 우리는 또 한 사람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 직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아픈 역사를 목격하면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무슨 다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혈연과 지연과 학연.

사람이 사는 데 인연을 무시할 수 있을까. 지역별로 학교별로 똘똘 뭉쳐 밀어주고 당겨주는 정서를 탓만 할 수 있을까. 남보다 가족이 끌리고, 처음 만난 사람보다 오래 알던 사람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야 인지상정이 아닌가. 하지만, 대통령을 뽑으면서도 그가 무엇을 준비했는지 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기보다 그가 나와 어떻게 가까운지 어떤 맥락에서 관련이 있는지에 치우쳐 결정하지 않았을까 반성해 보는 것이다. 실제 능력과 상관없는 판단으로 누군가 선출될 때에 마피아도 생기고 집단의 광기도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동일한 조건이면 가까운 사람에 끌릴 수도 있을 터이지만, 그가 과연 그 직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지혜를 품어야 하지 않을까. 불행한 이별을 원하지 않는다면 만남의 결정이 지혜로와야 하는 것이다.

배려와 공감. 선거철에는 멋진 말들이 날아다닌다. 수려한 언변이 판단을 흐린다. 말만 들어서야, 모두들 국민을 위한 선량이 될 터이지만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속지 않았던가. 사거리에서 90도 절을 하며 표를 달라던 그가 임기 동안에는 어디에 있었는가. 유권자 시민을 위해 진정으로 공감하고 마음으로 배려하는 그 사람을 뽑아야 할 터인데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어렵긴 해도 방법은 있다. 그가 이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살펴볼 방도는 있지 않는가. 지나온 자취 가운데 자신보다 남을 위한 희생이 보이는지, 살아오는 동안 남들을 위해 자신을 던졌던 궤적이 보이는지 잘 살피면 보인다.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달리는 사람보다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일하는 사람을 찾아야 할 터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살펴 만나야 할 터이다.

하야, 타살, 자살, 탄핵, 그리고 투옥. 겨우 열두 사람 대통령을 맞았던 대한민국의 짧은 역사가 겪은 쓰라린 기억. 이처럼 아픈 추억을 더 이상 남기지 않으려면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만나기 전에 현명하게 살펴야 하며, 해야 하는 일에서 국민을 위해 공감어린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가늠해 하는 것이다.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사람보다 국민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만날 때 기대가 되는 만큼, 헤어질 때 그리울 사람을 그려 보기로 하자. 나라가 자라온 만큼, 사람을 찾는 일에도 성숙한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정실에 흔들리기 보다 실력에 집중해야 한다. 겉모습에 휘둘리기 보다 진정성에 집중해야 한다. 후한 약속에 흔들리지 말고 그의 지나온 길을 잘 살펴야 한다.

곧 또 한 사람 전직 대통령이 불행을 맞을 모양이다. 이를 우리는, 한 자락 뉴스로 대하기 보다 분명한 다짐으로 만나야 하지 않을까. 좋은 대통령은 현명한 국민이 만나는 것이 아닌가. 이 모든 일들이 다 지난 후에, 미소로 그리워지는 리더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