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남

겨울 이른 아침

맑은 공기 속에

싸락눈 쏟아지기 시작하자

동그마한 흙마당에

나보다도 더 작은

하나님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떠

왔다갔다하시네

살구나무들이

뿌리를 가지런히하는 소리

싸락눈 제일 많이 쌓이는

그 그늘

모퉁에서 들리네

이른 아침 눈 내리는 외딴집 풍경 하나를 건네주고 있다. 참 맑은 공기 속으로 싸르락 싸르락 내리는 평화경이 아닐 수 없다. 싸락눈을 받아주는 흙마당 가에 선 살구나무들이 뿌리를 가지런히 하며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봄을 기다리는 모습을 시인의 정겹고 살가운 눈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