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어렸을 적 석양녘이었다

다스한 참새들의 알을 꼭 한 알만 얻겠다고 가만가만

새들이를 타고 올라간 여동생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처마 밑에 막 손을 집어넣었을 때였다

콩닥거리는 참새들의 알 대신 차고 미끄러운 것이

쓰윽 고개를 내밀고 나왔다

굵고 긴 구렁이였다

어릴 적 초가집 지붕 끝에 손을 넣어 참새를 잡던 아득한 시간들이 있었다. 시인은 그런 추억 속의 시간을 건네며 성장소설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고 있다. 참새를 잡으러 손을 넣은 것은 여동생이다. 그런 행위는 일종의 성적탐색의 성격과 원시사회의 성년식과 관련되는 풍속적, 의례적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고 생각된다. 구렁이를 만진 것은 그러한 조숙한 성적탐색에 대한 징벌적 의미를 가진다고 보여진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