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소환조사가 끝난 지 닷새 만에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전 대통령과 전전(前前) 대통령이 동시에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MB수사가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정의구현의 상징으로 남을 지, 치졸한 보복정치의 또 한 사례로 남을 지는 미지수다. MB의 구속여부에 대한 민심은 착잡하고 걱정스러운 국면에 머물러 있다.

검찰이 19일 MB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10여 가지다. 검찰은 혐의가 중대하고, 혐의사실이 충분히 소명되는 데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영장청구 배경으로 설명했다.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도 고려됐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21일 열리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당위는 부정될 수 없는 법치국가의 대원칙이다. 전직 대통령이 됐든 누가 됐든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미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바 있는 우리 헌정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법치의지는 이미 입증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인 요소를 감안하고라도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들이 잇달아 구치소로 향하는 현실에 대해서 민심은 결코 흔쾌할 수 없다.

오늘날 MB에 대한 일부 여론은 사납기 그지없다. `부정한 자금을 깨알같이 긁어모았다`느니 `사업자등록만 하지 않았을 뿐 청와대에 사실상의 가족기업을 차려놓고 전방위로 비즈니스를 벌였다`느니 하는 힐난까지 들이대는 것을 보면 살벌한 적개심마저 느껴진다. 검찰이 무려 반년이 넘도록 탈탈 털고, 슬쩍슬쩍 흘린 혐의내용을 중심으로 피를 본 상어 떼처럼 온갖 언론들이 줄기차게 물어뜯었으니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MB측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MB 비서실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정공방과 함께 정치투쟁도 병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다.

국민들의 촉각이 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여론충동을 병행하며 저인망식 표적수사를 끈질기게 펼쳐온 검찰의 수사행태를 낱낱이 지켜본 국민들의 심중은 적이 불편하다. 일단은 법원의 결정이 여론재판의 연장선상에서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을 다루는 방식이 더 이상 미개해서는 안 된다. 번번이 전직 대통령을 발가벗기는 이 얄궂한 전통이 가져올 부작용은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