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형 렬

세상은 고요한데 누가 쏘았는지 모를 화살 하나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다

누가 나에게 화살을 쏜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화살은 단단하고 검고 작았다

새깃털 끝에 촉은 검은 쇠

인간의 몸엔 얼마든지 박힐 것 같다

나는 화살을 들고 서서 어떤 알지 못할 슬픔에 잠긴다

심장에 박히는 닭똥만한 촉이 무서워진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아파왔다

혹 이것은 사람들이 대개,

장난삼아 하늘로 쏘는 화살이

내 책상에 잘못 떨어진 것인지도 몰라!

시인이 말하는 화살은 실체로서의 화살이라기 보다 남에게 쏘거나 자기가 맞는 말이나 행동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남을 향해 화살을 날려 상처를 입히거나 반대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것이 치명적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의 반성적 자기성찰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