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섭<br /><br />변호사
▲ 박준섭 변호사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기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제로 26일 발의할 예쩡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헌법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발의된 헌법개정안은 국회에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다음,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현행 헌법이 대통령·국회·국민이 함께 개헌절차에 참여한 것은 헌법기관이 개헌의 여론과 합의형성 과정에서 결정에 이르는 과정까지 민주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다.

현행 87체제 헌법은 명예로운 `6월 항쟁` 이후에 얻어낸 자랑스러운 민주 헌법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 독재의 경험에 대한 반성으로 규정된 대통령임기 단임 5년 규정은 너무 짧아서 전임 대통령의 정책은 다음 정권에서 자주 폐기되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다시 집권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조급한 정책결정과 무리한 시행으로 책임정치가 실현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과거 헌법보다 완화됐지만, 권력구조가 대통령에게 기울어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권위주의적인 면이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박근혜 정부의 권한남용 경험으로 현행 헌법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졌고 최고 통치권자에 대한 권력통제에 대한 헌법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고전적 삼권분립개념을 넘어 현대적·기능적 권력분립의 핵심내용인 지방분권의 개정문제가 제기되면서 헌법개정을 절실한 당면과제로 만들었다.

이렇게 헌법개정 논의가 현정부에서 현실화되자 대의제 민주주의의 현대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발안 등 직접민주주의제도 도입,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실험적 내용, 자본주의 경제질서에 대한 약점으로 지적되는 분배문제의 해결 등 현행 헌법이 가진 약점뿐만 아니라 세계가 앞으로 맞닥뜨릴 문명사적 전환을 준비해야 할 사안들도 백가쟁명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헌법개정 논의를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여당은 권력분산을 이야기하면서 과거에 주장하던 분산형 대통령제의 입장을 바꿔 오히려 4년 임기의 대통령 연임제를 주장하고 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대한 개정안도 현행 재정조정제도와 과세자주권이 핵심인 재정 분권의 문제나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등 종래에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개정돼야 한다고 논의되던 중요한 사안들이 오히려 후퇴해 제안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헌법개정의 구체적인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일이다. 세계의 일류국가의 정책가들과 학자들이 문명사적 전환을 준비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하는 미래의 민주주의 문제와 자본주의에서의 분배문제를 마치 우리가 지금 이미 답을 가진 것처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앞으로 세계에 기여하고 다음세대의 목표이자 임무라서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우선 당장 시급히 개정해야 할 사안과 미래에 개정해야 할 사안을 구별하고, 지금 개정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국민과 함께 국회의 논의를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더 지켜봐야 한다.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공적 이슈를 놓고 일방적 주장 대신 경청하면서 합의를 이루어 내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가지고 더 숙의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상대방이 반개혁세력이고 틀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과거 정부의 문제점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