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대화, 북미대화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가 야당의 다양한 견해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내놓는 반응을 살펴보면 때로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험구도 적지 않아 짜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야당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하는 소중한 요소다. 야당의 힘이 성공적인 `남북대화`의 지렛대로 반영되는 국가안보 전략이 구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림픽 기간 중 남북한의 요인(要人)들이 오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포장이 된다 해도 우리국민들은 북한 사람들의 경직된 모습을 안타까이 읽어냈을 것이다. 굳이 말을 듣지 않아도 저들이 보고 간 남한의 자유분방한 사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오직 핵무기 개발을 위해 전 인민의 피땀을 바쳐왔던 저들의 정치가 과연 수지맞는 국가경영이었는지는 이미 더 셈할 필요가 없어진 판이다. 이제 최소한 남한에는 북한의 대물림 독재체제에 대한 선망(羨望)이 남아있을 까닭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누구 말마따나 북한 김정은은 그동안 죽고살기로 만들어온 `핵무기`를 팔아넘길 궁리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금전적인 보상이 됐든, 정권안정에 대한 담보가 됐든 저들이 요구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제 그것을 간파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필사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절박한 희망도 깊어졌다.

정치권에선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정부여당에 호재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자칫 회담이 삐걱거릴 경우 여권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분명하다. 리얼미터가 지난 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는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환영은 73.1%, 불신은 64.1%였다. 대화의 장으로 나선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대해 환영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여론은 대북이슈가 불거진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0~70%에 달하는 조사결과와 오버랩 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6일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특유의 독한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하면 항구적인 평화가 올 것이라는 `위장평화공세`에 속아 부화뇌동하고 있다”며 “북한은 3대에 걸쳐 8번의 거짓말을 했는데, 8번 거짓말을 한 사람이 9번째 참말을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발언양식이 다소 거칠기는 해도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어떤지를 대변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김정은은 절대 오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