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환

눈이 내린다 거세게, 내 빰에 부딪치지 않고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눈이 내린다 지워질 듯, 도시가 화려하다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바깥은 이별보다 가깝다 사랑이여

눈은 눈보다 가깝다 육체여

매끈하고 육중한 자동차 전시장과 숯검댕 낀 초록색 공중전화부스

눈이 내린다 무너질 듯

내 몸을 파묻지 않고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눈이 내린다 말살하듯, 네 육체가 화려하다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정신과 육체라는 이분법적 인식의 틀을 보여주는 이 시에서 시인은 육체와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정지되고 갇혀있는 사물로서의 자동차는 육체를 의미하고 흩날리며 움직이는 눈은 정신을 뜻하고 있다. 이별과 사랑을 육체로 본다면 열정과 긴장과 아픔과 상처는 그것을 감싸는 정신이기에 시인은 네가 늘 그 바깥에 있음을 말하며 그 둘의 일치를 염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