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천892명 안동 녹전면
작년 신생아 단 한명도 없어
경북 고령화도 전국서 최고
30년 내 소멸 10곳 중 `6곳`
올 5대 출산전략 마련에도
가시적 성과 기대 힘들 듯
근본적 인식 변화 급하고

14일 오후 경북 안동시 녹전면 갈현리 경로당에 80,90대 어르신들이 모였다.

올해 녹전면에서 처음 태어난 아기를 구경하는 자리여서인지 함박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이 마을 주민 임용기(43)씨가 결혼 2년 만에 사내아이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19살 연하의 외국인 부인과 자식 없이 살기로 했다가 최근 마음을 바꿔 아이를 가졌다.

안동 도심으로부터 자동차로 40분 거리(30㎞)인 녹전면에서는 지난해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12개 마을 주민 대부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면 전체 992가구 중 603가구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 경로당의 막내는 76세의 강옥순 할머니다. 주민 1천892명 가운데 20~39세인 여성 인구(98명)와 65세 이상 노인 인구(803명)의 상대비가 0.12이다. 최근 3년간 출생아는 6명. 이마저도 대부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 기간 태국, 필리핀 등 외국에서 이주한 여성은 17명이다.

경로당 맏언니격인 임분여(98) 할머니는 “어렸을 적 녹전면에만 3천명이 넘었는데 젊은이가 없어 마을이 사라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녹전면처럼 지난해 연간 출생아가 한 명도 없었던 전국 읍·면·동이 25곳이나 된다.

그 중에서 경북도가 영주 평은면, 영덕 축산면, 김천 증산면 등 4곳으로 가장 많다. 녹전면의 고령화는 학생 수 감소로 이어졌다. 1990년대 녹남, 녹산, 갈현 등 5개 초등학교 분교는 녹전 초교에 통합됐다. 20년 전만 해도 400명 안팎이던 녹전초교의 학생 수는 30명이다.

1971년 개교한 녹전중학교 경우 올해 입학생은 3명뿐이다. 녹전중학교는 이달 1일자로 폐교하고 인근 면 지역 5개 중학교가 기숙형 공립중학교로 통합됐다.

전국에서 경북 지역이 가장 먼저 인구구조 역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구조 역전의 위기는 고령화 사회의 특징으로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난해 3월 기준 `한국의 지방 소멸`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지자체 10순위에 의성·군위·청송·영양·영덕·봉화군이 포함됐다.

경북 지역의 일부는 소멸위험지수가 0.3 미만이다. 소멸위험지수 1.0 밑으로 떨어지면 해당 공동체가 인구학적으로 쇠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소멸위험군 해당하는 지자체는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경북도는 인구절벽 해소를 위한 인구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올해 5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도에 따르면 5대 추진 전략은 인구조정 컨트롤타워 구축, 교육 및 홍보를 통한 도민인식 개선, 저출산 극복 선도모델 발굴, 아이낳기 프로젝트 관련부서 협업 추진, 저출산 대책 평가·환류시스템 구축 등이다. 경북형 저출산 극복 선도모델 발굴 및 우수 시책 확산에도 나선다.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고이율 결혼자금 통장`을 개설하는 등 지역별 실정에 맞는 사업을 발굴해 맞춤형 정책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13년 연속 귀농 1위를 기록한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귀농·귀촌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구 감소 원인이 매우 복잡 다양하게 얽혀있어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만으로는 어렵다”면서 “관련 부서 및 시·군 간 협업으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이런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효과에 그치고 있다.

인구절벽, 지방소멸 등 인구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 없이 백화점 나열식의 시혜성 사업의 성격이 짙다 보니 성과도 미미하고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국가정책프레임을 탈피해 청년층 등 생산가능 인구 확대에 초점을 맞춘 인구정책 등 교육->복지->노동 등 선순환 사회구조에 기반을 둔 인구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시 인구감소로 인한 저밀도 심화 등의 문제 해결 방안으로 최근 `일본 도야마시 압축도시 개발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압축도시(Compact City)는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과 문화·의료 등 필수시설을 일정 공간에 집약해 주민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압축도시를 농촌 지역에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촌형 압축도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인구유입과 함께 안정된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전제조건이다. 전문가들은 교육, 의료, 문화, 복지 등 정주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읍·면 중심지를 거점지구로 설정하고 중심지 기능분석을 해 부족한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정주 여건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특히 신축이 아닌 기존 보건소나 문화복지센터 등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도록 정비하면서 거점지구에 가능한 필요시설을 모아 예산도 아끼고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특성과 산업구조, 노동시장, 인력수급 등을 고려한 안정된 일자리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120조원의 출산장려정책을 펴고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은 1.05에 그치고 있는 반면 농촌소멸위기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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