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유난히 추웠던 겨울은 이제 훈훈한 바람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꽃망울이 맺히는 계절, 국내 대학들의 실험과 도전에 대한 소식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실상 학생들과 교수들이 전세계 어디든지 필요에 따라 이동하는 고등교육의 글로벌화는 전통적인 사고만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연세대와 포스텍(포항공대)이 공동학위제,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의 융복합 학위제가 바로 그러한 대학들의 실험과 도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뉴스는 포스텍과 연세대가 두 학교 간 공동캠퍼스 구축을 통한 파격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두 대학은 학점과 강의를 전면 공유하며 궁극적으로 공동 학위를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으로는 집중 강의제도, 단기교육과정 인증제도, 모듈식 교과 등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또한 공동으로 개발 도입한다고 한다.

교수·연구·산학협력 등 전방위에 걸쳐 양 대학이 가진 브레인·정보·시설 등 모든 자원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양교 교수를 상호겸직교수로 임용하고 리서치 센터, 실험실, MOOC(온라인 공개수업)에 기반한 교육플랫폼 등 연구자원을 공유해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팀과 시설을 조성하기로 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바이오메디컬·미래 도시 등 2개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이 연구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에겐 양 대학에서 학위를 준다고 한다. 두 대학 학부생들이 방학에 상대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계절학기를 듣는 `집중 강의제`도 도입된다.

매우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신선함을 넘어 충격도 느껴진다.

이러한 충격은 포항과 지근거리의 대구에 있는 디지스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디지스트의 무학과 단일학부제 실험은 이제 융복합 국제 세미나, 전시회 및 세계적인 학술지 `Nature`와 대학평가 기관들과의 공동 국제회의 개최 기획 등을 통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디지스트의 융복합 교육을 위한 무학과 단일학부제 도입은 2014학년도부터 국내 처음이었다. 급변하는 지식주도형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특정 학문에만 치우치지 않고 기초과학지식이 탄탄한 융복합 인재의 필요성을 절감해서이다.

이후 국내 다른 대학들도 부분적으로 무학과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포스텍은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들이 `무학과` 선발 원칙에 따라 학과를 정하지 않고 입학했다. 창의융합적 사고를 기르고 경험적 교육을 하기 위해 무학과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등 첨단과학기술이 산업과 융합해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문제를 만들어 해결하는 창의적인 사람,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 사람들과 협력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재가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스트와 포스텍의 실험은 이러한 시대적 사명에 맞춰 기초가 탄탄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판단한데 기인한다.

또한 디지스트의 융복합 개념은 포스텍-연대가 추구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공유캠퍼스를 통한 폭넓은 창의적 인재 양성의 계획과 맥을 같이한다.

미래사회의 문제해결에 적극 참여해나가며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창의적 리더를 양성하는 것으로 대학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융복합적 사고와 교육, 그리고 대학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대학들의 이러한 파격적인 실험과 도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의 대학들은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는 교육과 연구의 모델을 통해 세계에 도전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포스텍-연대의 연대와 디지스트의 융복합 교육모델의 실험과 도전이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