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아빠, 봄이 정말 이상해” 5학년 딸아이가 한 말에 필자는 뒤통수를 뭔가에 세게 맞은 것처럼 갑자기 멍해졌다. “나경아 뭐가 이상하니?” 아이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말했다. “봄이 안 돌아와!” 5학년 아이가 기다리는 봄은 과연 어떤 봄일까?

달력, 기온 등 물리적 시간들의 지수는 지금이 봄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물리적 시간은 철을 아는 자연이 다스리는 시간이기에 비록 아주 작은 오차는 있을지언정 때가 되면 제 할 일을 한다. 산수유는 눈을 이고도 노란 꽃을 피웠다. 들판에는 농부들이 논밭갈이에 한창이다. 자연스러운 그 모습들은 보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진다.

최근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미친 시청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몇 번 봤는데, 볼 때마다 화면 속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소위 말해 자연인들이 나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연 속에서 자신의 위기를 이겨내고 생활의 안정과 행복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한 목소리로 말한다. “욕심을 버리면 됩니다. 자연에 맞춰 살면 됩니다.”

회색빛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욕망은 현대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그런 꿈을 간절히 꾸는 이유는 뭘까? 필자가 보기에는 현재의 삶에 너무 지쳐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인위(人爲)가 판치는 지금의 사회이다.

이 사회 어디를 보아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는 없다. 남과 북이 그렇고, 정치는 더 최악이고! `인위`의 동의어를 `억지`라고 본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억지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억지의 끝은 멸망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지만, 억지를 그만 두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하는 일만은 억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 경제, 정치 등 우리 사회 어느 것 하나 억지가 아닌 것이 있을까? 교육부의 억지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어느 학부모님의 메시지를 잠시 인용한다. 누구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리라고 하지만, 북한 이야기 하느라 정신없는 청와대가 선거표 없는 대안학교 이야기를 들어 줄 리 만무하기에 필자는 생각조차 않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광주 ○○ 엄마입니다. 제가 어제서야 퇴원을 했습니다. 많이 쪼들리는 형편에 병원비가 없어 돈을 빌리고 빌려 병원비를 냈지만, 그래도 모자라 퇴원이 안 된다는 것을 뒤로한 채 집으로 왔습니다. ○○가 아주 많이 정신적으로 힘이 드나봅니다. 짜증에다 말대꾸에! 아이들이 이유 없이 바보 취급하고 무시하고 그러니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나 봅니다. ○○가 제 소변을 받아내며 학교와 병원을 왔다갔다…. 너무 착하고 예쁜 아이인데 교육비 때문에 지체하다가는 제가 평생 후회하고, 또 아들에게 죄인이 될 것 같아서. (중략) ○○이의 행복을 위해서 산자연중으로 보내고 싶지만…. 도와주십시오.”

산자연중학교에는 이런 학생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간곡한 마음으로 교육부에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억지 교육부는 매년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현재 중학교과정을 운영하는 각종 학교는 교육급여 수급자라 하더라도 수업료(입학금)와 교과서대는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향후, 중학교 과정을 운영 중인 각종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교육급여로 수업료(입학금 포함)와 교과서대를 지원 할 수 있는지 법률적인 해석과, 고시 개정 필요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벨 평화상 이야기에 청와대에는 봄은 왔는지 모르겠지만, 대안학교, 아니 이 나라의 봄은 진정 멀고도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