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일자리 시장의 봄은 봄 같지 않다. 저임금 근로자들은 월급이 되레 줄고 있고, 소상공인들의 아르바이트 고용축소와 무인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전가되면서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결정 등이 빚어내는 이상기류에 대한 특단의 점검과 재설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10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천명 늘었다. 청년 실업률은 8.6%에서 8.7%로 높아졌다. 아르바이트생이 몰려 있는 15~19세는 9.9%에서 11.1%, 20~24세는 8.8%에서 9.4%로 큰 폭으로 실업률이 높아졌다. 숙박·음식점 업에서는 취업자 3만1천명이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 경비와 청소업, 콜센터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에서는 1만2천명, 편의점이 포함된 도·소매업에서는 3만2천명이 줄었다.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와 기업들은 자동·무인화 설비를 구축으로 탈출구를 찾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전국 1천350개 매장 중 600여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맥도날드도 전국 430개 매장 중 200여 곳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2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편의점 업계도 무인화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무인형 편의점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작년 6월 무인편의점을 선보인 이마트24는 현재 6개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무인카페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다날은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달콤커피와 협업해 로봇카페 `비트`를 선보였다. 계산하는 직원도,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도 볼 수 없다.

이 밖에도 셀프주유소와 무인주문기를 활용한 선불 PC방, 무인숙박업소 등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셀프서비스 도입이 꾸준히 확산된다면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사람을 모집하는 고용환경이 점점 악화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무인주문기 가격은 대당 300만~800만원대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연간 2명 이상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최저임금제는 물론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연착륙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현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기는커녕 누이도 매부도 다 곤경에 처하도록 만든 상황이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로 흐르고 있는 노동 및 경제정책을 다시 살피고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진흙탕으로 변한 최악의 운동장에서 호각만 자꾸 불어대면 어쩌자는 것인가.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비명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