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자판기가 계산하고 로봇이 서빙 일자리가 사라진다산업계 전반 인건비 부담만 커져
안찬규기자  |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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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03.12   게재일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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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리아를 방문한 소비자가 매장직원이 아닌 무인주문기를 이용해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2014년 9월 프렌차이즈업체 최초로 무인주문기를 도입해 전국 1천350개 매장 중 600여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폭으로 오른 데 이어 법정 근로시간 단축법까지 7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가면서 산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커가고 있다.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를 비롯한 기업들은 무인화 설비 구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만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직원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급제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되레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각종 부작용이 터져 나오자 정부도 각종 보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지켜질 수 있을까.


카페·패스트푸드점·편의점 등
대형 프랜차이즈·기업들
자동·무인시스템 설비구축 확산

음식점·주점 등 외식업종들
인건비 부담 줄이려 가격 인상
직원 줄여 업무강도도 강해져

일자리 안정자금 실효성 의문
실제 현장상황에 맞는 지원책 절실


□ 산업계 무인화·자동화 가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말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휴일근무수당은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기로 했다.

공무원·공공기관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던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도 민간까지 확대한다.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은 현행 26종에서 5종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와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도 부담이 큰 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볼멘소리하면서도 자동·무인화 설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규 고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동·무인화 설비의 투자비로 돌리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과학의 발달로 산업계 무인화는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정부 방침이 가속화를 부추겼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롯데리아는 지난 2014년 9월 무인주문기를 처음 도입해 전국 1천350개 매장 중 600여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이듬해 무인주문기를 도입한 맥도날드도 전국 430개 매장 중 200여곳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2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편의점 업계도 무인화 대열에 합류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편의점 중 처음으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무인형 편의점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이마트24는 작년 6월 무인편의점을 선보인 이후 현재 6개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무인카페도 눈길을 끌었다. 결제전문기업 다날은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달콤커피와 협업해 로봇카페 `비트`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전용 앱을 통해 주문하면 로봇팔이 자동으로 움직여 커피를 제조한다. 커피 한 잔을 파는 데 계산하는 직원도,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도 볼 수 없다. 이 밖에도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셀프주유소와 무인주문기를 활용한 선불 PC방, 무인숙박업소 등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셀프서비스 도입이 꾸준히 확산한다면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무인주문기 가격은 대당 300만~800만원대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연간 2명 이상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 직격탄 맞은 외식업종 고육지책

소상공인들이 직원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업무강도가 강해지거나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모양새다.

특히 외식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물가상승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풍선효과`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실정이다.

인건비 부담으로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곳은 음식점, 주점, 카페 등 외식업종이 많다.

특정시간대에 고객이 몰리는 영업 특성과 더불어 외식업종은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주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도 한몫했다. 인건비부담이 커지자 먼저 주류와 음료를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실제 포항시 남구 젊음의 거리의 일부 주점은 최근 소주와 맥주가격을 1천원 인상했다.

한 주점 사장은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들의 불만이 크지만, 술은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귀띔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자영업자도 많다. 남구 대도동의 한 백고동 전문점은 최근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이곳 사장은 “3명으로도 손님이 많은 시간이면 바쁘지만, 부담을 줄이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몇 달간 손익을 따져보고 음식값도 올려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포항시민 박선희(남구 이동·여)씨는 “시급제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상승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꼴”이라며 “임금 부담으로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라는 데 이럴 거면 최저임금을 올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 일자리안정자금 실효 떨어져

일자리안정자금은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30인 미만 고용 사업장을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사업장에서 월급 19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들의 임금 중 13만원을 정부가 직접 지급한다.

지원 규모는 1인당 연간 156만원이다. 총 2조9천707억원 규모의 예산이 올해 책정돼 약 300만명의 근로자들이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안정자금은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된 사업장만 신청할 수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불법 사업장의 경우 일자리안정자금이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직원을 고용한 사업주는 누구나 근로자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관련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영세 사업주들은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반대로 아르바이트생도 실수령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4대 보험가입을 꺼린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71.2%(정규직 85.9%, 비정규직 44.1%)로 나타났다.

이중 한시적(기간제·비기간제) 근로자의 가입률은 61.3%,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자는 23% 수준에 불과했다. 현장에서는 4대 보험 미가입 사업장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려고 4대 보험에 가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돈보다 내야 할 돈이 더 많아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직원(최저임금 100~120% 수준)이 10명 미만이면서 연소득이 5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에 대해 사회보험을 신규 가입하면 2년간 50%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업주가 사회보험료로 낸 돈 절반은 세금에서 제외해 주겠다는 것.

또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자 중 건강보험 신규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50%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책도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포항시민은 “4대 보험에 가입하면 그 부담금을 제외하고 월급을 주기 때문에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의 불만도 크다. 특히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으려고 며칠 일할지도 모르는 아르바이트생의 4대 보험을 넣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실제 현장상황을 잘 알아보고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 일자리 줄어…악화하는 고용상황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나빠진 고용상황이 2월 들어서도 지속됐다.

고용노동부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총 1천293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만2천명(2.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동기(31만3천명) 증가량보다 감소한 수치다. 지난 1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6만7천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 증가율이 5개월 만에 30만 명대를 회복했지만, 다시 두 달 연속 2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1월 역대 최악의 숫자를 보여준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8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천명(3.7%) 감소했다.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5만2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2.2%(3만7천명) 늘어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1월 전체 구직급여 지급자도 42만1천명으로 2만3천명(5.7%) 증가했고 지급액(4천645억원)도 전년동월대비 493억원(11.9%) 증가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설 연휴 기간이 포함된 지난해 1월과 달리 올해는 실업급여 신청 일수가 늘어난 데다 조선업, 섬유 의복업종의 불황과 건설업의 공사 종료와 함께 실업급여 신청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월에는 설 연휴가 포함되면서 구직급여 신청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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