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대중교통수단인 자동차와 기차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 중 안전벨트의 유무가 특징적이다.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량에 탑승한 사람 모두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기차에는 안전벨트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다.

기차에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제동거리가 다르다. 안전벨트는 차량이 갑자기 급제동을 할 경우 차 안의 사람들이 받게 될 충격을 줄여주고, 급제동으로 자동차 앞유리를 깨고 사람이 튀어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하지만 열차는 급제동을 해도 자동차처럼 한 순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속 300㎞의 KTX열차의 경우 급제동을 해도 바로 제동이 되지 않고, 1분 가량 지난 후에야 정지한다. 제동거리가 무려 3㎞가 넘고, 제동이 걸리는 1분 동안 승객은 시속 10㎞를 달리고 있다고 체감하기 때문에 급제동에 따른 피해를 막는 안전벨트가 필요없게 된다. 두번째는 차량 무게의 차이다. KTX는 차체 무게만 362t에 달한다. 즉, 기차는 웬만한 물체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열차가 아니라 부딪힌 쪽이 날아가 버리거나 찌그러지게 된다. 또 무거운 차체가 충격을 자체 흡수해 사고의 충격이 승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세번째는 사고시 조치의 신속성을 위해서도 안전벨트를 설치하지 않는다. 기차 승객이 안전벨트를 맨 상태에서 기차가 탈선하거나 다른 물체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하면, 대피하거나 구조작업을 방해해 승객의 위험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차 사고는 자동차 사고처럼 사람이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버리거나 차체안의 충격으로 다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차 차량이 찌그러지면서 의자에 앉은 채 압사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기차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을 경우 유사시에 승객이 신속히 대피하는데 방해요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열차에서도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장비가 어떤 경우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역설의 당위성이 당연한 듯 흘러가는 인간사, 다시 한 번 짚어보게 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