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정은은 북한의 당·국가 체제에서 당, 군, 내각을 일체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김정은의 북한에서의 언행이 곧 공화국 법이 된다. 그에 대한 비판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 북한 수령체제의 현실이다. 김정은은 대북 특사에게 비핵화를 선언하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하였다. 북핵문제에 대한 종래의 강경 입장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그는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한 것인가. 그의 신년사에 이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 특사단의 교환,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를 보는 시각은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당은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환영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과거의 행적을 볼 때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의 4월의 남북 정상회담과 5월의 북미 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김정은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 김정은의 핵문제에 관한 입장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의 회담 제의는 전술적 제스처인지 본질적 변화인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김정은의 태도 변화가 일시적인 시간벌기식 변화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변화`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정은의 이러한 급격한 태도 변화는 아래와 같은 3가지 배경이 상호영향을 주고 있다.

먼저 유엔의 대북공동 제재가 북한 경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에 대해 압박강도를 높이는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는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철수를 서두르고 북한의 선박은 어디에서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북 제재 공조는 북한의 시장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의 시장 경제 확산이 북한의 경제위기 극복에 상당부문 기여했지만 그것이 이제 북한 경제의 부메랑이 되고 있다. 고난의 행군에서 탈피하고 연 평균 3.8%의 성장을 구가하던 북한 경제는 계속된 대북 경제 제재 앞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금고까지 비어간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국제적 대북 경제 제재는 김정은의 핵 포기와 평화 제안이라는 결단 카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둘째, 북한 당국의 체제 존속에 관한 위기인식이 정책 급변의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미국에 대해 겉으로 큰 소리치고 도발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군사적 작전에 상당히 위축되고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 당국은 리비아의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비극적 종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겉으로 `미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지만 그것은 국내 통치용이다. 그들의 속내는 `피 포위 의식`으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선제 타격론과 코피 전략, 김정은 참수작전 등은 실제적 공포나 트라우마로 작용되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 체제의 안전만 보장해주면 우리가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북한 당국이 북미 평화 협정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북한 정권의 안전성 확보는 김정은의 태도 변화의 또 다른 요인이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권력을 승계하였다. 김정은은 유훈 통치 3년을 거친 김정일과 달리 안정적 통치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가 고모부 장성택과 군부 핵심측근 여러 명을 숙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도 김정은은 선군 정치 하에서 군부의 핵심 세력의 잦은 교체, 숙청, 강등, 복권을 통해 허약한 카리스마를 보강하고 있다. 그러나 세습 6년이 지난 현재 김정은은 당과 군부의 충성심을 확보하고 권력의 안정성을 구축하였다. 김정은의 대내적 통치 기반의 확보는 비핵 선언과 평화 회담 제의의 배경이 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북한 체제의 경제적, 대내외적, 심리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그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