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도심 중앙동에 `꿈틀로` 조성 2년째

▲ 포항 구도심인 중앙동 공방골목 내 대한민국 제1호 부엉이파출소로 거듭난 중앙파출소 전경.

도심 공방골목이 살아나고 있다.

포항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북구 중앙동 골목길에 조성된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이하 창작지구) `꿈틀로`가 조성 2년차를 맞으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포항시는 이달 중 제2기 입주작가 모집 공고를 내고 새 작가를 맞이하게 된다. 어떤 작가들이 새로 들어올지, 창작지구는 어떻게 변모할지 시민들은 봄꽃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고 있다. 현재 중앙동 중앙파출소 인근 14개 건물에는 회화, 공예, 도예, 사진, 연극, 음악, 포슬린, 캐리커처, 식품조각 등 21개팀(개인/그룹)이 둥지를 틀었고, 갤러리와 그림책마을(작은 도서관)도 운영되고 있다.

공동화 해소 도시재생 위해
문화예술창작지구 옷 입혀

회화·공예·연극·음악 등
개인·단체 21곳 둥지 틀어
황량하던 거리 차츰 `생기`
자생력 방안 등은 과제로

<관련기사 14면> 포항시가 문화도시 사업의 하나로 시도한 창작지구 조성은 침체된 원도심을 문화예술을 통해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문화예술 지원과 도시재생사업이 결합한 개념이다. 빈 점포에 작가들이 입주하면서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황량한 거리에 행인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꿈틀로에 생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6월 8일 정식 개장한 이후 중앙파출소는 대한민국 제1호 부엉이파출소로 거듭났고, 버려진 벽면은 독특한 발상의 조형작품이 설치됐다. 조악한 간판은 아름다운 글판으로 대체됐다. 또한 9월 꿈틀로 아트페스티벌, 12월 꿈틀로 작은 축제 등 크고 작은 문화 행사가 잇달아 열려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시민 김정호(28·장량동)씨는 “텅 비었던 도심 곳곳에 틈새 갤러리가 들어서고 길바닥에 바닥화를 그려넣는 등 문화적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변해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 작가들의 합류와 함께 변화의 물결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중앙동 일원이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구조적인 뒷받침도 든든해질 전망이다. 포항시는 “중앙동 일원을 청년창업허브·문화예술허브·스마트시티로 조성하고, 시정 핵심사업간 네트워크화를 통해 원도심 전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창작지구 조성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작지구만의 개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문화예술 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스페인의 빌바오와 독일 하펜시티 등 유럽의 도시들이 성공한 것도 이런 점을 살린 때문이다.

역사가 깊은 유럽의 도시들은 낡고 오래된 것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창의적인 공간으로 되살리는 데 앞장서 왔다. 오래되고 낡아 버려진 공간에 외관, 껍데기만 남긴 채 전혀 다른 콘셉트로 공간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그 의미를 되살리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창작지구와 원도심에도 나름의 역사와 정체성이 있다. 그것을 찾아내 창의적인 방식으로 창작지구와 원도심에 접목할 때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낼 문화적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게 포항 문화계의 지적이다.

권미분 창작지구 작가연합회 회장은 “처음 창작지구에 입주할 때는 이 사업이 취지대로 진행될지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작가들이 입주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포항시와 위탁기관인 포항예총, 건물주, 작가들이 계속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작지구 조성사업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예술가, 시민들은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관계기관과 입주작가, 건물주들이 긴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진완 창작지구 건물주 대표는 “포항의 대표적인 중심상권이 침체돼 걱정이 많았는데, 창작지구 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활기를 띠게 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활기가 계속 이어져 원도심을 살리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포항시가 멀리 내다보고 창작지구 조성사업을 펼쳐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궁극적으로 작가들의 역량을 강화해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올해의 경우 작가 맞춤형 컨설팅, 문화상품 개발 지원, 창작지구 브랜드 개발 등에 폭넓은 지원을 할 방침이다. 또한 창작지구 활성화를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늘릴 계획이다.

창작지구에 입주한 작가는 “월세걱정 안하고 창작에 전념하게 된 것 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작업만으로는 전업작가로 살아가기가 힘들다. 우리 작가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공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고 시민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 작가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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