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섭<br /><br />변호사
▲ 박준섭 변호사

최근 헌법개정 작업이 진행되면서 헌법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규정에서 `자유`의 문언을 삭제하자는 개정의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를 삭제하는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와 통일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본이념으로 정하고 있고, 통일조항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가로 통일을 하라고 헌법적 명령을 하고 있다. 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해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때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해석된다.

그런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일까. 흔히 고전적 자유주의를 철학적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Liberalale Demokratie)로 오인하거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어라고 오인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 고전적 자유주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현대 미국에서 정치적 자유주의는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어 미국식 자유주의라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경제적 의미의 자유주의는 더욱 아니다. 헌법학자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로운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로 이해한다. 독일헌법재판소의 사회주의 국가당 사건과 독일공산당 사건 영향을 받은 우리 헌법재판소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을 헌법이 수호해야할 최고의 가치로서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의 배제,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와 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라고 정의한다.

독일이 위헌정당해산을 내용으로 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를 두게 된 배경은 민주주의에 어떤 내용도 담을 수 있다는 가치상대주의를 근거로 성립한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나찌가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의 이름으로 수권법을 통과시켜 총통제의 전체주의국가로 나아간 데 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찌에 의한 전체주의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국민주권·자유·평등·정의라는 가치에 구속되는 민주주의를 채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좌파 헌법학자 가운데 국순옥 교수가 민주법학에 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후 이 견해가 진보·좌파학자들의 주된 입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반자유주의적 본질이 반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이를 근거로 현실의 자본주의 사회를 초역사적 자연질서로 보고 헌법보호와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명목으로 현재의 이 시점에서 무조건 그리고 영구히 동결시키는 것이므로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와 결별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며, 결국 인민민주주의로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배경지식에 따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중 자유 문구 하나를 삭제하자`는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크게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현실 사회주의 실험이 모두 전체주의 국가로 나아간 것이 역사적 현실인 상황에서 전체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인민민주주의 정당을 용인하자는 의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인가.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서 통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전체주의 국가로 가는 통일은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인민민주주의 국가체제를, 남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국가체제를 각각 다르게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차 평화통일의 조건이 성숙했을 때에 인민민주주의로 합의하여 통일할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조항을 폐지하고자 하는 것인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에서 자유를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찬성하는 자들은 이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대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