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사람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것을 위험이라고도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수록 위험에 대한 인내력은 떨어진다. 실패시 만회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은퇴하기 오래 전부터 연금이나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며 노후를 대비한다. 특히 여기에는 정부의 세금감면 혜택까지 더해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은퇴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저축성 보험은 더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편 최근 들어 국민연금을 늦게 받겠다는 분들도 늘고 있다. 아무래도 기대 수명이 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7월부터 국민연금의 지급 연기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가 2010년 1천명 수준에서 최근에는 2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5년 늦게 받으면 7.2%를 더 준다고 하기에 연간 1.4%를 얹어주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의사결정들에 대해 후회를 더 많이 할 것이다. 노후 보장용 저축성 보험을 들거나 연금지급을 연기 신청하는 동기는 먼저 본인이 오래 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희망을 갖는다. 물론 현대의학의 힘으로 생명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기대만큼 오래 살 수 없다. 늙을수록 이미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계속 다른 병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손에 돈을 쥐고 있거나 연금을 먼저 받아 봤자 투자에 자신이 없을 수도 있다. 쉽게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말이다. 그러나 초과이익을 탐하기 보다 자산을 잘 배분하면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얻는 수익률이 거대한 조직을 유지하는데 비용을 써야 하는 연기금이나 보험사들의 금융 상품 수익률보다 높을 것이다.

한편 돈의 시간가치를 감안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젊어서 노는 것이 낫지 않겠나? 특히 사람은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졌을 때 연금이나 보험에 돈이 묶여 있다면 유동성을 얻기 위해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클 수 있다. 해약을 하려 해도 그 동안 받았던 세제혜택을 한꺼번에 반환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불이익이 따른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좋은 투자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트럼프가 얼마나 커다란 인플레를 만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금이나 보험에 돈이 잠겨 있으면 실질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끝으로 한국의 연기금은 건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 원래 연기금의 부채는 수익자의 임금 상승과 인플레를 감안하여 그들의 미래에 지불해야 할 자금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한국의 연기금들은 당해 지출해야 하는 자금만 부채로 계상하는 습관이 있다.

즉 인구노령화로 인해 연금 자산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고, 그 부족분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무원연금이고, 정부의 세수가 부족해지자 수익자들의 배당 축소를 요구했었다. 정부가 약속을 어긴 것이다.

장기 저축성 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부실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투자기간이 충분히 길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는 은행보다 보험사의 도산을 더 두려워하지만 말이다.

이제 은퇴하는 분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현업은 그만뒀지만 이제부터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형편에 맞는 자산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싸게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리서치 부담이 그들을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노후를 위해 저축은 해야 한다. 단, 스스로가 투자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 수 있다. 두려움이 있다면 채권을 사라. 채권도 시중 금리에 따라 가격변동이 있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구입 당시의 시장수익률은 보장 받을 수 있다. 그 후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는 전환사채를 공부하고, 여기서 기업에 대한 이해가 생길 때 자산의 일부를 장기 성장성이 있는 주식에 배정하는 순서로 진도를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