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재 학

느티나무 가지에 앉은 눈의 무게는 나무가 가진 갓맑음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느티나무가 입은 저 흰 옷이야말고 나무의 영혼이다

밤새 느티나무에 앉은 눈은

저음부를 담당한 악기이다

그때 잠깐 햇빛이 따뜻하다면 도레미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도 보일 게다

쌓인다는 것, 그리고 따뜻하다는 것

시인의 섬세한 마음결이 자연의 현상에 가 닿아 반응하고 있음을 본다. 눈의 무게를 느끼는 감각이 놀랍기 짝이 없다. 하얗게 날리며 내리는 눈, 전혀 무게를 느낄 수 없는 가벼운 것이 저토록 낮은 소리를 풀어내며 깊이 쌓이고 따스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인의 미학적 인식을 따라가 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