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로는 역대 3번째 기록
도로 11곳 통제됐다 해제
도시철 서고 항공기 결항
출근길 대란에 일부 휴교도
엉터리 예보와 늑장 대응이
순식간의 일상 마비 이어져
경북 최대 24㎝ 넘는 곳도

▲ 기상 관측 이래 3월로는 역대 3번째 많은 양의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네거리 인근 건물에서 내려다본 출근 모습. /연합뉴스

때아닌 기습 폭설에 대구 시민들은 발이 묶였고 경북북부 농민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의 엉터리 예보와 대구시의 뒷북 제설작업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8일 새벽부터 내린 폭설로 대구 도심은 교통마비사태에 이를 정도로 출근길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교통혈맥인 고갯길 곳곳의 교통이 통제돼 출근길 지각 사태를 빚었다. 경북내륙지역은 농업용 시설 54.5㏊와 김천 상주 고령 등지의 비닐하우스 36동이 무너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상주에서는 축사가 무너져 닭 1만마리가 죽었다.

이날 혼란은 기상청과 대구시의 뒷북행정이 빚은 합작품이었다.

기상청은 7일 경북지역에 2~7㎝, 경북남부 내륙은 1㎝ 안팎의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큰 눈발이 그친 이날 오후 8시까지 실제 내린 눈은 예보와는 딴판이다. 봉화 석포 24.7㎝, 영양 수비 17.6㎝, 군위 11.4㎝, 김천 11.0㎝, 울진 금강송 10.9㎝, 대구 7.5㎝ 등에 이른다. 대구 7.5㎝는 지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3월에 내린 눈의 양으로는 3번째 기록이다.

기상청은 눈발이 거세지자 7일 오후 11시 경북북동산지에 대설주의보를, 8일 오전 9시 30분께 대설경보로 대치했다. 한마디로 뒷북예보다. 이미 출근 대란이 벌어진 대구에는 오전 7시 30분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은 “기압골의 영향과 강해진 동풍의 영향으로 강원도 지역에 예상됐던 대설이 대구·경북지역까지 내려왔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기상청은 “지역에 따라 9일 새벽까지 5~10㎝의 눈이 내리겠다”고 밝혀 폭설로 인한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대구시는 이날 오전 3시 50분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나 출근길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했다. 본격적인 강설이 시작된 오전 5시 30분부터 팔공산 순환도로와 신천대로, 달구벌대로 등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서 공무원과 자율방재단 등 3천600여명과 살포기 등 제설장비 230대를 동원해 제설작업을 벌였다. 눈 속에서 허둥대기만 했을 뿐 뒷북 제설작업만 한 셈이 됐다.

월동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출근길에 나선 승용차들이 빙판길 위에서 서로 뒤엉키면서 출근길 대란이 시작됐다. 팔공산순환도로(파계사~동화사~백안삼거리), 달성군 헐티재(가창 용계리~경북 청도), 동구 갓바위길 등 주요 간선 도로 11곳에 통행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달성 헐티재와 흠실재는 오후까지 통제돼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대구 반야월에 직장을 둔 달성군 가창면 김모(34)씨는 “눈이 내리기 전에 염화칼슘을 뿌려야 하는데 대구시가 뒤늦게 제설작업에 나서는 바람에 출근길이 엉망이 됐고 지각을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상당수 시민이 승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수단 이용하느라 버스정류장과 도시철도는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증하자 일부 버스는 정류장을 지나쳤고 개인택시 등이 상당수 운행을 중단해 택시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대구도시철도에서도 눈길 소동이 벌어졌다. 도시철도 1·2·3호선에 임시열차 24대를 배치했으나 출근길 수요에 닿지 못했다. 도시철도 3호선은 승객이 폭증, 11시 10분께 범물역에서 용지역으로 달리던 열차가 오르막 구간에서 철로에 쌓인 눈 때문에 노선 중간에 40여분 동안 멈추는 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소방차가 긴급 출동해 운행을 멈춘 3호선 열차 승객 20여명을 하차시키는 소동이 빚어졌다. 항공편 결항과 지연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6시 20분 대구에서 제주도로 출발할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여객기(TW821)를 시작으로 총 8편이 결항했다. 오전 7시 55분 홍콩으로 가는 여객기 등 3편은 1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됐다.

이번 강설로 대구교육청은 달서중 1곳을 비롯해 효성초, 하빈초 등 초등학교 6곳을 휴교 조치했다. 일부 학교들는 학교장 재량이나 교육청 지침으로 등교 시간을 조정했으며, 지각 등에 대해서는 출결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곤영·손병현·황영우기자

    이곤영·손병현·황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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