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드디어 2018학년 학교 문을 열었다. 3월 초 언론의 머리기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입학식과 관련한 기사로 채워진다. 그 기사들의 공통점은 너무도 환하게 웃고 있는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나라 교육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약 그 사진을 본다면, 그들은 분명 `이 나라 학생들은 참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입학 시즌만 되면 “아빠,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 학교 가려면 아직도 시간이 이만큼이나 남았어?”라며 시무룩해하던 딸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필자는 이 아이만 생각하면 교사라는 것이 너무도 부끄럽고 죄스럽다. 그렇게 학교에 대한 에너지가 넘치던 아이가 이젠 금요일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일요일 밤을 제일 싫어하게 되었다. 도대체 누가 이 아이의 힘을 이렇게 빼놓았는지 따져 묻고 싶지만 답은 뻔하고, 그 뻔한 답 안에 교사와 학교가 있기에 양심상 그럴 수도 없다.

적폐 청산, 촛불 정신 등 세상에는 참 뻔뻔한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중 또 하나의 뻔뻔한 말은 `새 학기`라는 말이다. 물론 해가 바뀌었고, 교실과 교과서도 달라졌고, 입학생들한테는 학교도 바뀌었기에 이 말이 어느 정도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학교라는 시스템을 보면 `새 학기`라는 말은 완전 거짓말이다.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는 오히려 더 퇴화했기 때문이다.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학교, 학생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조련하는 교사, 말로만 창조·혁신·인성을 외치는 교육정책 당국! 바뀐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학기 시작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교육 현실을 보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필자는 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교육은 절대 바뀌지 않음을. 교육부와 교육청 사람들이 그대로이고, 참고서의 내용을 마치 자기 것인 양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바쁜 교사들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건데 뭣 하러 힘을 빼느냐!”라고. 자유학기(년)제를 도입한다고, 또 자사고, 국제고 등을 폐지한다고 죽은 교육이 살아날까. 이 나라 교육을 자신이 표절한 논문의 실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교육 관료들이 있는 한 교육 현장은 언제나 카오스 상태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혼돈이 변화이고 발전이다.”라고 말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분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대상이 학생들이라면 분명 그 답은 달라진다. 실패한 교육 실험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 나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교육은 대통령이나 장관의 생각에 절대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들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개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판인지 이 나라는 교육은 고사하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의 말 한 마디면 헌법도 바뀌니 웃길 노릇이다.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교사들과 아직까지도 촛불의 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다 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아이들이 쳇바퀴 학교에서 그 웃음을 곧 잃어버릴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프게도 그 중 상당수 학생은 `학교밖 청소년`이 될 거라는 것을. “학교는 절대 쳇바퀴가 아니다!”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 좀 해줬으면 좋겠지만, 이 나라에 그럴 양심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안타깝게도 쳇바퀴는 학교만이 아니다. 표를 위한 영혼 없는 단일화의 장이 되어 버린 선거판과 정치복수 등 구태(舊態)가 난무하는 이 나라 정치는 구린내가 가장 심한 쳇바퀴이기에 이 나리의 미래는 너무도 어두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