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함께 생을 살아온 친구 교수들이 한창 은퇴로 바쁜 나날이다. 금년 겨울, 많은 친구들이 대학에서 정년퇴임 했다.

교수들은 65년 대부분 인생을 학교에서 보냈다. 6살 유치원에 들어간 후 대학원, 유학까지 30여 년 학교를 다니고, 그리고 대학에서 또 30여 년 강단에 선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캠퍼스를 떠나 바깥사회로 나가는 것이 많은 감회를 주고 있는 것인지 그들의 글을 읽으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학교 마지막날 출근길에서 친구 교수들은 독백한다.

“어제는 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특별한 볼일 없이 학교에 들렀다. 왠지 `교수로서 마지막 날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라는 생각 때문인가? 공식적인 정년퇴임식을 갖고, 곧 바로 연구실을 정리했다. 후배 교수들과 연구실 제자들이 마련한 고별강연을 마치고 오늘부터 진정한 백수(?)가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세월 석박사 제자들이 함께 지냈던 학생연구실을 둘러보았다”

퇴임 교수들에게 마지막 학기,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지도학생 등 `마지막`이란 단어는 만감을 교차케 한다. `고별강연`이라는 행사가 있다. 그 교수가 전공한 분야에 대한 마지막 강연을 캠퍼스에서 학생, 교수,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이다. 그 강연은 전공강연으로 끝을 맺지 못한다. 그가 걸어온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으로 끝을 맺게 된다. 그들의 눈가는 젖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강연을 듣는 제자들의 검은 머리와 대비된다. 내가 살아온 길은 만족스러웠는가? 만감이 교차한다. 낯설고 물선 해외유학의 시간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김포공항을 떠날 때 가졌던 결심들, 그리고 처음 외국 땅에 발을 디딜 때 느꼈던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들. 어설픈 영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에 적응했던 수많은 시간들. 그런 시간들을 지내고 학위를 받고 귀국하고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하려 애쓴다. 교수 생활도 일반 회사생활보다는 덜 할지 모르지만 동료 교수, 학계, 제자들 프로젝트로 만난 기업인들, 공무원들, 커뮤니티 사람들, 이런저런 사람들과 부딪히며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난다.

“언제나 삶은 서툴 수 밖에 없다. 교수생활도 항상 서툴다. 좀 더 마음과 감성과 지식을 새롭게 성장시키려 했던 나날인 듯하다. 알게 모르게 함께 한 사람들을 기쁘게도 했겠지만, 또한 알게 모르게 많은 실수를 하고, 사람들을 섭섭하게도 했을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았을 저의 서툰 삶을 관대하게 포용해 주시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퇴임식, 필자도 미국서 귀국해서 퇴임하는 아빠를 위해 퇴임식에서 연주를 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고 자랑스러웠다. 함께 60여 평생을 걸어온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 동창부터 대학원 동창에 이르기까지 참석해서 회고담을 해준 친구들을 생각할 때 또 하늘에서 내려다 봐 주실 부모님을 생각할 때 그 감회는 남다르다.

그들은 가족들에게 고마워 한다. 그들은 성숙한 제자들이 자랑스럽다. 함께 걸어온 동료와 후배 교수들을 보며 감회에 젖는다.

떠나면서 강의실, 실험실, 책상, 걸상 그리고 캠퍼스의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수많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계단강의실이 2개일 때 한번 더 사용하려고 시작 시간을 30분 당겨 점심시간 까지 강의하도록 했었는데 이젠 계단 강의실이 수없이 많네요. 캠퍼스를 끝없이 돌다 자리를 마련한 농구장, 그리고 아뜨리움 피아노와 지도교수로서 창립한 주크박스도 영원하길….”

포스텍 캠퍼스에는 길마다 길이름 표지판이 있다. 학생회관에는 만국기가 휘날린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길을 걸으며 그리고 세계적 인재를 꿈꾸는 새내기 인재를 만날 때마다 그 표지판과 만국기를 걸던 순간이 떠오른다. 같은 마음이다. “영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