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측도면과 현재위치 비교
반시계방향 90도 틀어진 듯
1975년 이전 과정서
고증에 실패했을 가능성 커

국보 제38호로 지정된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의 2층 탑신석 방향이 원형과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문화재청과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지난해 6~11월 진행된 고선사지 삼층석탑의 안전진단 과정에서 1977년 발간된 `고선사지 발굴조사 보고서`에 수록된 실측도면과 현재 2층 탑신석 위치가 반시계 방향으로 90도씩 틀어진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고선사지 삼층석탑의 2층 탑신석이 잘못 배치됐다면, 1970년대 이전 과정에서 고증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문화재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탑은 지난 1975년 경주 도심 동쪽의 덕동댐이 준공되면서 절터가 수몰될 위기에 놓이자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문화재청은 석탑의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진단 결과 따르면 석재의 손상이 심한 편이고 석탑 상륜부와 탑신부 면적의 70~80%가 지의류에 덮인 것으로 조사돼 석탑 표면에 분포하는 생물의 생장을 막을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탑의 기초 지반은 콘크리트 물질로 추정되고 내부도 시멘트로 채워진 것으로 판단돼 구조적으로 안정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위원회는 상륜부의 일부만 부분적으로 해체해 보존처리하는 방안을 의결하고 2층 탑신석의 원형을 밝힐 것을 주문했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실측도면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어서 아직은 2층 탑신석이 잘못됐는지 예단하기 이르다”며 “과거에 찍은 사진과 비교할 계획이지만, 사면을 찍은 사진이 많지 않아 이를 고증할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선사지 삼층석탑은 7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통일신라시대 전형적인 석탑 형태를 띠고 있다. 높이는 10.2m, 기단 너비는 6.4m다.

통일신라 석탑 양식은 고선사지 삼층석탑과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 제112호)에서 시작돼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국보 제21호)에서 절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주/황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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