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세월이 300년이 넘는다

이제 난 지쳤다 왜 아직도 소식이 없소?

지기에게 물어도 대답이 없다

겨울 저녁 해가 진다

눈이 내린다

문 앞엔 작은 등불이 걸린다

난 문 앞에 앉아 눈을 맞는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문지기에게 다시 묻는다

왜 아직도 소식이 없소?

그건 당신이 바란 거야! 문지기가 대답한다

문 앞에 앉아 300년이 흐른다

300년의 시간이 흐른다해도 가만히 놓인 등받이 없는 의자에 등받이가 돋아날 리가 없다.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에 대해 말하고 있는 시인을 본다. 그 누구도 그 고독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운명적으로 인간은 고독을 껴안은 채 허허로운 시간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