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참여
금박은주 포항여성회장

▲ 금박은주 포항여성회장 /사진작가 안성용 제공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10여 년 전 미국의 섬유노동자 1만5천여 명이 거리로 나와 “빵과 장미”를 요구했던 날이다. 당시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성평등을 요구했던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한국여성대회는 올해로 34회를 맞이했다. 이날 열린 한국여성대회에는 “말하고 소리치고 바꾸자”라며 성폭력 피해자들이 미투 선언을 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6일 포항여성회 금박은주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양성평등은 진일보하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
성별 임금 격차·유리 천장 문제 등
여성은 아직도 빵을 요구하는 상황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 참여했는데 어땠는가?

△올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여성대회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 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슬로건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연장선에서 열렸다. `말하고 소리치고 바꾸자`라는 주제로 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이 연단에 올라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고, 함께 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를 외쳤다. 거리 행진을 통해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함께 춤을 추면서 축제 같은 시간도 가졌다. 포항여성회에는 35명의 회원들이 함께 여성대회에 참석했다. 일요일에 열리는 행사라 걱정을 했는데, 전국에 단일 단체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늘 깨어있는 포항여성회 회원들이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올해 한국여성대회에서 미투 운동이 가장 큰 화두였다고 하는데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 할리우드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지금까지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계속돼왔다. 1991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이신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도 미투 운동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1월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사건을 계기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혁명에 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어렵게 말하기 시작한 미투운동이 헛되지 않길 바라고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피해자 유발론이나 가해자에 대한 지나친 온정주의 등 성폭력 통념을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섬유 노동자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빵과 장미”를 요구했다. 그리고 참정권 운동을 시작으로 여성운동이 태동했는데, 1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 당시의 요구가 실현됐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사회 성평등은 진일보 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성별임금격차나 유리 천장 문제 등 노동시장의 여성들은 아직도 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별 임금 격차만 하더라도 100:64, 남성이 100이라는 임금을 받을 경우 여성은 64라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3시 stop 운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100:64라는 수치만 본다면 여성노동자들이 오후 3시에 조기 퇴근을 해야 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여성정치세력화도 마찬가지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대표성은 낮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으로 여성들이 정치권이 진출하는 세력화도 필요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여성들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력화도 진행돼야 할 것이다.

-대구 경북 지역은 보수적인 지역 정서가 강하다. 지역적 특색 때문에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에 대해 반감이 클 수도 있는데, 어떤 것 같은가?

△보수적인 정서가 강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여성운동 단체인 포항여성회 활동이 더 빛이 났다고 생각한다. 비록 열악한 상황이지만 열심히 활동했고, 여성의 인권이나 약자를 위한 노력들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구 경북 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여성혐오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크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가장 뜨거운 시기라고 생각한다. 극과 극이 함께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 포항여성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해나가겠다.

-우리 안에 젠더 감수성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이나 여성운동은 차이가 차별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 다름은 차이이지 틀리고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는 차이는 틀린 것이 되기 쉽다. 그래서 정상이라는 카테고리 밖의 것은 비정상이라 쉽게 판단하고 배제 시키고 혐오하게 된다.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여성도 동일한 집단이 아니다. 여성 안에서도 계급이나 학력, 신분, 지역, 국가, 인종 등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 즉 여성안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페미니즘은 인류 보편적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페미니즘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포항여성회가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거나 정치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 출마후보자들이 성평등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재 포항여성회 내에 성평등 정책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된 것이 없지만 6월 지방 선거에서 지역의 여성의제를 발굴하고 정치권에 요구하는 방법을 계획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들었던 인상적인 말 중에 `페미니즘은 모르지만 페미니즘을 반대한다` 가 있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모르고 반대하는 것 보다 제대로 알고 반대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포항여성회는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여성운동단체다. 많이 부족하지만 여성회가 지향해온 여성주의 정신을 잘 기억하고 함께 해서 즐겁고 재미있는 여성운동을 해나가겠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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