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춘 수

거울 속에 그가 있다

빤히 나를 본다

때로 그는 군불아궁이에

발을 담근다

발은 데지 않고 발은 군불처럼 피어난다

오동통한 허벅지

날개를 접고 풀밭에 눕는다

나는 떼놓고

지구와 함께 물도래와 함께

그는 곧 잠이 든다

나는 아직 한 번도

그의 꿈을 엿보지 못하고

나는 아직 한 번도

누구라고 그를 불러 보지 못했다

평생 `존재론`, `인식론` 같은 실존의 문제에 대한 이론과 시를 써 온 시인의 전형적인 실존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내가 없는 거울 속에 천사가 있고 이 천사는 내가 사라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의 존재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울이 있기에 내가 있고 거울 속에 천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나는 헛것이고 환영이며 실존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무엇이며 나는 실존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