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각각 적용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충격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정부가 현장을 면밀히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논란이 됐던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수당은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로 유지했고,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던 특례업종도 26개에서 5개로 축소했다. 세계 최장 수준인 우리나라 근로시간을 생각하면 근로시간 단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16년 기준 연평균 2천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0시간 이상 길다. 문제는 명분이 아니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여부다.

특히 최저임금 과다인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중소 영세기업들은 또다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폭탄까지 떨어져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2시간 제한이후 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연 12조1천억 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비용의 70%는 중소기업이 떠안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족해진 인력 26만6천명을 추가 고용하고 법정 공휴일도 유급휴무로 전환되는 데 따른 비용이라는 추계다.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반드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은 생산성 제고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정부의 지원 강화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임금체계부터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입(근로시간)이 아닌 산출(생산량)에 따라 보상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소홀히 들어서는 안 될 대목이다.

근로기준법 개정 소식을 접한 포항지역 기업 근로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며 반기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임금저감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한다. 발표 이후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노총이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통과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난제다. 만성화된 불경기로 현상유지조차 어려워진 경제환경 속에 허덕거리는 영세사업자들은 최저임금제 폭증과 더불어 이번 개정안이 몰고 올 운영난 파장에 대해 깊은 우려에 빠졌다. 사람을 더 쓸 여력도 없고, 쓰려고 해도 쓸 사람이 없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정확하게 헤아려야 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면서 중소산업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깊이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