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 세시풍속 의미와 유래

▲ 지난해 포항시 정월대보름 한마당 축제. /포항시 제공

오는 3월 2일은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들이 보름달을 보며 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한 해의 평온을 기원하기 위해 다양한 세시 풍속을 행하는 날이다. 특히 정월대보름에 뜨는 보름달은 일 년에 열두 번 뜨는 보름달 중 가장 크게 떠오르며,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올 한해의 안녕과 염원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을 알아본다. 잊혀져가는 세시풍속의 의미를 되새기고, 풍요와 안녕을 비는 정월대보름이 되시길 기원한다.

“여름에 더위 타지 않는다” 묵은나물 9가지 삶아 먹어
잎 넓은 채소에 오곡밥 싸먹으면 복 받는다 `복쌈`
달집태우기, 가뭄들지 않고 부정한 기운 살라 `액막이`
대보름날 이후 연날리기는 금물… 보냈던 액 끌어들이는 꼴
지신밟기·쥐불놀이, 악귀 물리치고 풍작·다복 기원


우리 선조들은 정월대보름에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뜻으로 오곡밥과 묵은나물을 지어 먹고 쥐불놀이, 지신밟기, 부럼깨기 등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겨왔다. 이는 신라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것으로 그 해의 농사를 미리 점치고 이웃들과 함께 친목을 다지는 잔칫날이었다. .

정월 대보름날 아침 해뜨기 전에 행하는 풍속으로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내 더위` 등이 전한다.

보름날 이른 아침에 날밤, 호두, 잣, 땅콩 등을 깨물면서 “금년 한 해도 건강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하고 기원하는데, 이를 `부럼 깨기`라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부럼은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깨물어 먹는 딱딱한 열매류`의 의미와 함께 `부스럼`의 방언으로 피부에 생기는 종기를 일컫는다. 부스럼을 막아주는 영양소가 많은 견과류를 먹으며 피부병에 걸리지 않기를 기원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단단한 견과류를 새벽에 하나씩 깨물면 이가 튼튼해진다고 믿기도 했다.

선조들은 귀밝이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믿었다. 귀밝이술은 데우지 않고 차게해서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귀가 밝아질 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다고 해 부녀자들도 이 술을 한 모금씩 마셨다.

더위팔기는 해가 뜨기 전에 길을 가다 만나는 친구를 보고 이름을 부른다. 이렇게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대답한 친구에게 “내 더위”하고 외친다. 이렇게하면 그 해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실제로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런 풍속을 통해 더위에서 자유롭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나물과 오곡밥에는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고서인 `동국세시기`에 보면 가지고지, 시래기 등 묵은나물을 9가지 정도 삶아서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으며 취나물, 배춧잎, 곰취잎 등 잎이 넓은 나물이나 김에 밥을 싸 먹으면 복을 받는다 해서 `복쌈`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오곡밥은 찹쌀, 찰수수, 팥, 차조, 검은콩 등 다섯가지 이상의 곡식을 넣은 것으로 다음 해에 모든 곡식이 잘되라는 구복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정월대보름에는 정월의 행사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세시행사들이 민간을 중심으로 성행했다.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 무렵에 생솔가지나 나뭇더미를 쌓아 `달집`을 짓고 달이 떠오르면 불을 놓아 제액초복(際厄招福)을 기원하는 풍속으로, 지역에 따라서는 달집불·달불놀이·달끄슬르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달을 불에 그슬려야 가뭄이 들지 않는다는 믿음은 우순풍조(雨順風調)를 비는 상징적인 의례인 동시에 풍농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달집태우기는 사악한 기운과 부정을 살라 없애는 불(火)이 지닌 정화력을 적극 차용한 액막이 의식이다. 그것은 보름달이 떠오를 때 거대한 달집을 태우는 것으로 마을에 깃든 모든 악귀가 소멸될 것이라는 염원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이처럼 달집태우기는 새봄을 예측하는 역동적인 의례로서 달과 맺어진 다양한 대보름 세시풍속의 의미가 종합적으로 녹아든 대표적인 민속이다.

▲ 우리나라 고유의 세시풍속 가운데 하나인 정월대보름은 농경사회에서는 나쁜 액운을 막아주고, 풍년을 기원하는 매우 중요한 명절로 기렸던 날이다. 사진은 안성용 사진작가의 지난해 영덕 괴시리 정월대보름 풍경 작품.
▲ 우리나라 고유의 세시풍속 가운데 하나인 정월대보름은 농경사회에서는 나쁜 액운을 막아주고, 풍년을 기원하는 매우 중요한 명절로 기렸던 날이다. 사진은 안성용 사진작가의 지난해 영덕 괴시리 정월대보름 풍경 작품.

정월대보름 여성들이 즐겨 했던 민속놀이로 `널뛰기`가 있다. 널뛰기는 여성들이 즐겼던 놀이이지만 매우 활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놀이로, 그 당시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들이 바깥세상을 보기 위한 소망이 담겨 있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연날리기는 겨울철 자연의 바람을 이용해 하는 것으로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즐겼던 놀이다. 연날리기 놀이의 절정은 정월 열 나흗날 또는 대보름날에 액막이연(그 해의 액운이 연과 함께 영원히 소멸되리라는 뜻으로, 연에 액(厄) 또는 송액(送厄)자를 써서 띄워 보내는 연)을 날리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줄을 끊어 한 해 동안의 액을 멀리 보내는 의미를 담고 있는 풍속놀이이다. 겨울부터 연날리기 놀이를 시작해 정월 보름까지만 하고, 그 이후에는 절대로 연을 날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월보름까지 연줄을 끊어 액(厄:재앙)을 멀릴 떠나보냈는데, 다시 연을 날리면 떠났던 액을 끌어들이는 꼴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신밟기는 음력 새해를 맞이해 정월 초부터 대보름까지 지신을 제압함으로써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녕과 풍작 및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신앙적 마을행사였다. 전통적 마을 단위의 농촌에서 깃발 등을 앞세우고 동네주민, 또는 초청된 전문예인으로 구성된 무리가 가가호호 방문해 한 바탕 신명나게 놀이판을 벌이는 것이다.

쥐불놀이는 `동국세시기`에 나타난 정월대보름 충청도 풍속으로 떼를 지어 횃불을 사르는데, 이를 훈서화(燻鼠火), 즉 쥐불이라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 예전 쑥방망이를 사용해 놀았던 것이 최근에는 깡통에 마른잡초를 넣어 불을 넣고 돌리는 놀이로 액운을 쫓고 대풍을 기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