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방남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으로 여야 정치권의 대결국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가 또다시 있으나마나한 입법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민생법안마저 여야 힘겨루기의 주판알로 놓고 죽어라고 샅바싸움만 지속하는 고질적인 습성은 해가 가도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국회를 향해 치솟고 있는 국민들의 원성을 못 듣는 건가, 안 듣는 건가.

26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정례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2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꼭 통과시켜야 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지난해 연말 서로 약속한 물관리 일원화 문제, 개헌과 관련한 교섭단체 간 협의문제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대통령은 야당을 탄압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야당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정말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제1야당 원내대표의 심정”이라고까지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무조건 반대하든 말든 갈 길을 가겠다고 하면서 무슨 대승적 협조를 얘기하느냐”고 여권을 비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국당의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에서 홍준표 대표는 “요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을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한다”고 힐난했다. 홍 대표는 “우리 당에서는 곧 김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북핵 폐기 추진 특별위원회를 새롭게 만들어 북핵을 반드시 폐기하도록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창올림픽 기간 딱 하나의 오점이 있다면 제1야당인 한국당의 행태”라고 성토했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과 정부는) 더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로 남북·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대북·대미특사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개문휴업(開門休業) 폐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의 생산성 기준으로 따지면 진즉에 문을 닫고 폐업 처리했어야 마땅할 부실공장이다.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할 으뜸책임은 언제나 집권여당에 있다. 야당에게 마주앉을 명분과 실리를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의 결정적인 한 단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시절에 했던 주장들을 모조리 망각의 분쇄기에 갈아 넣고 밀어붙이기 기득권 행세에 몰두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물론 국회 문을 열어놓은 채 걸핏하면 뛰쳐나가는 야당의 정치풍토를 온전히 개선할 묘책도 시급하다. 국민을 먼저 헤아리지 않는 권력이 다 무슨 소용인가.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 민생을 긍휼히 여기는 국회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