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면서(下)
보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면서(下)
  • 등록일 2018.02.26 21:09
  • 게재일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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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

과거 왕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유교사상에 젖어와서 그런지 공복(公僕)인 한국 관료들의 권력이 막강하다. 그에 따른 폐해가 크다. 개인들과 단체들도 이에 책임이 있다. 개인들과 단체들은 정부에서 정책을 내릴 때까지 좀처럼 솔선하여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정부가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한 프로포절(proposal)을 모집하면 이전 관심도 경험도 없이 벌떼처럼 너도 나도 응모한다.

그들에게는 오직 돈만 보이고, 공복인 정부와 관료들에게 목을 매고 사는 것 같다.

정부가 솔선해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까지 프로젝트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나 단체들이 응모 조건에 맞추어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고 응모하고 그제야 사람들을 모을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는 평상시에 그러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경험도 쌓고, 실질적인 준비도 해온 사람들이나 단체들에게만 프로젝트를 허락해야 한다.

사회 행사나 심포지엄도 정부 `요인`들이 참석해야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행사나 심포지엄은 보통 30분 정도 `요인`들의 각종 천편일률적인 `축사`로 시작된다. 마치 교주가 축복을 내리는 것 같다. 그런데 축사가 끝나면, `요인`들은 가장 지위 높은 사람을 선두로 우르르 퇴장한다. 그들이 퇴장할 때까지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한다. 요인이 퇴장하니 잠시 중단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사회 행사나 심포지엄이 요인들을 위해 진행되는 격이다. 요인들이라도 사회 행사나 심포지엄도 자신의 스케줄 때문에 도중에 떠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적이어야 하고, 통상으로는 토론에 참여하여 더욱 의미있고 실속있는 토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 행사나 심포지엄에 남아 토론에 참석하거나 참여할 요인들만 초대하여, 그들이 사회 행사나 심포지엄에 실질적인 공헌을 하게 해야 한다.

필자가 믿기 어려운 다른 문제점은 관료나 정부가 바뀌면 프로젝트 또는 프로그램이 흔히 중단되거나 바뀐다는 것이다. 몇년 전에 한국 정부가 산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인 또는 중견 중에서 잠재력이 좋은 전문가들을 뽑아 실무와 학문적인 배움을 겸하는 3년 과정의 아카데미를 개교하였다. 필자는 그 아카데미를 주관하는 관계자들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전략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관계자들은 선거가 1년 뒤고, 정권이 바뀌면 이 아카데미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실질적인 장기계획과 전략을 갖고 있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이처럼 무책임한 관료들의 반응은 내게 충격적이었고,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는 한국의 현실에 크게 실망하였다.

그리고 1년 후 정권이 바뀌고, 몇 개월 후에 그 아카데미는 문을 닫았다.

이전 예산으로 지어진 새 건물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으로 정부와 관료들이 공복으로 나라와 국민을 상전으로 섬기지 않고, 오히려 군림(君臨)하는 행태의 결과이다. 내가 미국에서 돌아와 새 학기마다 100명이나 되는 학생들과 더 잘 익히 알고 지내려고 한 학생당 15분간의 대화 스케줄을 세워 개인 대화를 나누었다. 15분이 지났는데도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교수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야 학생들이 일어나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한번은 교수휴게실에 몇 명의 교수들과 한담을 하고 있었는데, 환경미화원이 죄인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시선을 옆으로 해서 바닷게처럼 옆 발치로 걸어 들어와 그런 자세와 걸음으로 잽싸게 청소를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허리 피시고 천천히 하세요`하니, 그분은 `네`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여전히 오금을 피지 못하고 청소하고 있었다.

지난 번 글에도 언급했듯이, 병원에 가면 의사는 몇마디 묻고 자세한 설명도 없이 어떤 치료를 왜 하는지 설명도 없이 환자를 내보낸다. 의사는 `갑`이고 환자는 `을`이라는 사회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 이유들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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