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찬 일

누가 내 목을 돌렸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멈추지 않았습니다

왼쪽으로 돌릴 때 오른쪽으로 힘을 주다가

오른쪽으로 돌릴 때 왼쪽으로 힘을 주다가

그만 목이 헐렁해져 버렸습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힘을 쓰지 않겠습니다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돌려주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목을 떨기겠습니다

시인은 목을 얘기하면서 타의에 의해 간섭받고 통제받는 현대인들의 슬픈 초상을 그리고 있음을 본다. 목은 우리 몸의 중심이며 목숨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가 목을 돌리고 제어한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다. 주체를 상실한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나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