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극적인 참가로 많은 경기외적인 의미가 보태어진 평창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남북단일팀 구성 문제로 일었던 논란을 넘어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한반도 평화` 쪽으로 이행되기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은 개막식에 온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과 면담했다. 폐막식에 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도 만났다. 김영철 일행이 대남·대미 협상팀으로 꾸려졌다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와 여당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삼아 남북대화를 매개로 꽉 막힌 북미대화의 물꼬를 장만해보려는 시도를 감행해왔다. 정부여당의 집념이 이제 어떤 형태로든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 한미연합훈련 재개가 그 첫 번째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분석이다.

올림픽 기간에 한해 일시 중단한다는 개념으로 연기한 한미연합훈련은 동맹국 미국과 함께 국가안보를 만들어 온 우리나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안전장치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 무장은 자주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도 한미훈련을 `전쟁연습`이라며 줄기차게 맹비난해왔다.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잠정적 평화무드는 아직 진정 평화에 이르는 지름길을 찾지 못했다.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은 또다시 한반도의 위기국면을 고조시킬 개연성이 높다. 저들의 유화제스처는 핵무장 완성의 시간을 벌기 위한 위장 평화공세라는 해석이 다수다. 미국본토를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호전적 도발에 발끈해 `선제타격`을 을러온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읽힌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극한상황에 몰린 북한이 제재강화와 한미훈련을 빌미로 핵실험이나 미사일발사 등 도발을 저지를 수 있다. 그리되면 미국의 북 핵시설과 지휘부 선제타격을 위한 코피작전(Bloody Nose Strike) 실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북한의 보복공격에 불특정 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무참히 희생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걱정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추구해온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물꼬가 정말 마련돼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을 장시간 만나고도 공개된 대화내용은 제한적이었으니, 좋은 길을 찾아내어 뭔가를 극비리에 진행해가고 있기를 기대하게 한다. 보수민심의 극렬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남이 강행된 김영철과도 한반도 긴장타개의 묘책을 진전시켜 내기를 고대한다. 북한의 음모와 사술(詐術)에 말려들지 않는 길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왜 있을 것인가.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은 북한의 명실상부한 비핵화가 유일한 선택지다. `평창` 이후의 한반도에 참 평화의 봄꽃을 피워내기 위한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