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2차 대전 후의 냉전시대가 아직도 이 땅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다니엘 벨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시대`를 이미 1960년대에 선포하였다. 좌우의 이념 대결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북아와 한반도는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좌우의 이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치에는 아직도 좌익과 우익의 정치적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나라 시민 사회도 정치적 현안에 대해 아직도 치열한 이념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는 같이 가야할 동반자임에도 상대를 무시하는 네거티브 게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자기가 속한 집단과 이념은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사이비 이념에 빠진 결과이다.

지난해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한국사회의 이념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태이다. 촛불 집회는 이 나라 국정 파탄의 책임을 전직 대통령에 겨누었다. 그러나 그 비판의 근저에는 그 책임이 대통령 개인에게만 있지 않고 그를 둘러싼 수구세력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태극기 집회는 대통령을 살리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좌파적인 체제 전복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표방했다. 촛불 집회 참여자나 태극기 집회의 참여자는 모두 자신의 행동이 애국심의 발로라고 적극 참여했다. 촛불집회에서는 어느 승려 한분이 분신했고, 태극기 집회에서도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화문의 촛불과 서울역의 태극기가 충돌의 위기에서도 직접적으로 부딪치지는 않았던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평창 올림픽의 북한 측의 대거 참여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야당과 보수 쪽에서는 대한민국이 힘들게 개최한 평창 잔치에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장으로 삼는다고 정부를 비난하였다. 심지어 김여정이나 북한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의 방남 허용은 친북이나 종북 행위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평창올림픽의 북한의 참여문제의 저변에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정서와 이데올로기가 내재된 결과이다. 이에 대해 정부 여당은 남북의 화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야당의 비난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 행태라고 맞받아 쳤다. 앞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은 험난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대북 문제의 이념이나 색깔 논쟁은 대화로 풀기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좌우 이념 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한반도의 분단 구조가 이념 갈등을 촉발하는 토대가 됐다. 나아가 6·25 전쟁은 남쪽의 반공체제와 북쪽의 사이비 친공 체제를 더욱 강화해 좌우의 이념은 더욱 공고화됐다. 북한당국은 분단이후 조만식 선생과 최근의 장성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숙청을 자행했다. 남한에서도 `평화 통일`을 주장한 조봉암 선생의 처형 이후 최근에 까지 수많은 용공 조작 사건이 이어졌다. 모두가 좌우의 이념과잉이 초래한 민족적 비극이며 상처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정치는 사이비 이념과 색깔 논쟁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우리 정치는 아직도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려는 매카시즘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선거의 북풍 조작이나 블랙리스트 사건도 이 사회의 철 지난 이념 과잉이 초래한 비극이다.

한국사회의 언론의 편 가르기 식 보도는 시민들의 이념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확산시킨다.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언론은 시민 사회를 더욱 좌우 진영으로 분열시킨다. 결국 이 나라 정치인이 정파적 이익을 위해 색깔 논쟁을 부추기고, 언론이 이를 부채질하여 더욱 확산시켜 시민 사회를 분열시켰다. 여기에 시민 사회는 사이비 보수와 진보의 노예가 된 꼴이다. 색깔 논쟁의 뿌리는 분단의 모순에 기인하고 이 나라 파당적인 정치와 언론이 합작한 결과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정치권이 각성하여야 한다. 우리의 정치가 달라진 모습을 보일 때 언론의 태도뿐 아니라 시민들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