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도 철원지역의 측정 체감온도가 영하 24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무색할 정도로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최강 한파로 언 땅이 녹는데 만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가 늦을 것이라 한다. 농사 시작 시기도 덩달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유난히 추운 겨울한파 속에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겨울 가뭄까지 겹치자 생활용수는 물론 경북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용수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영농철을 앞둔 농가마다 가뭄과 농작물 동해 피해 우려로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한다.

1월 중 경북도내 평균 저수율은 70.3%다. 예년보다 7~8%가 낮다. 경주, 청도, 성주 등은 50% 안팎까지 저수율이 떨어졌다. 특히 경주지역은 400여 저수지의 저수율이 48% 수준에 머물러 평년 80.9%의 절반 수준에 가깝다. 경주시는 가뭄피해 예방을 위해 농업용수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 겨울 최강한파와 오랜 가뭄의 영향으로 경북도내 곳곳에서 동해 피해 등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마늘과 양파, 과수 등 농작물 전반에 걸쳐 생육 불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평균 기온은 전년대비 3도가 낮았다. 또 겨울철 마늘 동해 우려 온도인 영하 7도 이하인 날이 올 겨울은 21일이나 돼 전년 7일보다 무려 3배나 늘었다고 한다.

특히 봉화에서는 포도, 복숭아 등 과수의 동해 한계 온도인 영하 20도 이하가 6시간 지속되는 현상을 보여 과수에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의성과 군위 등 일부지역에서는 마늘의 결주율(심은 후 포기가 빈 상태)이 10% 이상 관찰되고 봉화, 문경지역의 사과, 배, 포도의 꽃눈에서도 4.1%의 동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경북도 등 농업 관련기관과 단체들의 농가 지원 손길이 빨라져야 한다. 먼저 동해 피해 작물의 현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조기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농기원은 “마늘과 양파 생육 재생기인 2월 중순에는 필요한 만큼 추가 비료를 주고 가뭄이 이어질 경우 비료 손실을 막기 위해 물 비료를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농가에 대해 농사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농작물 피해를 사전에 예방토록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동해 피해에 이어 발생할 우려가 높은 병충해 예방에도 농정당국의 철저한 지도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가뭄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비소식이 없다고 하니 장기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소형관정 개발 가능지 발굴이나 양수장비 점검, 논두렁 비닐 깔기 작업, 하천굴착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차질 없이 가뭄 상황에 대응하는 자세가 지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