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김형석 지음
김영사 펴냄·수필·1만3천원

올해 백수(白壽·아흔아홉 살)를 맞은 철학계 원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남아있는 시간을 위하여`(김영사)가 출간됐다.

많은 후학을 길러내고 1960년대부터 `고독이라는 병`을 비롯해 기록적인 베스트셀러를 내며 삶의 지침을 전파했던 김 교수가 평생에 걸쳐 쓴 글들 가운데 알짬만 모았다. 젊은 시절부터 마음 한편에서 지울 수 없었던 고독, 먼 곳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인연, 이별, 소유, 종교, 나이 듦과 죽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오늘을 애써 살아야 하는 이유까지, 그의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와 어린 자녀들이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일화, 함께 수학했던 시인 윤동주 형에 대한 기억, `철학 교수`라고 좀 별난 사람 취급을 받곤 하는 처지에 얽힌 일상의 가벼운 이야기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일본 조치(上智)대를 졸업하고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봉직했다. 그는 `철학 개론`, `철학 입문`, `역사철학` 같은 철학서를 집필하기도 했지만,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같은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수필이나 수상문을 쓰는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젊은 사람들 인생에 무엇인가 영원한 것을 안겨주고 싶었다”는 소박한 심정을 털어놨지만, 그의 글은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이번에 간행된 책은 2008년에 나온 `세월은 흘러서 그리움을 남기고`와 2012년 발간된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에 실린 글을 엮었다. 첫머리에 수록된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만 저자가 새롭게 쓴 수필이다.

 

소크라테스는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지는데, 김형석 교수가 평생 해온 일이 바로 삶의 의미를 검토하는 일이었다. 철학자로서 반세기를 살아오는 동안 저자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사회 현실도 빠르게 변화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의 근본적인 물음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다. … 나도 같은 문제를 갖고 백수를 맞이하는 오늘까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온 셈이다. 그 열정은 인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간절해진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물음이기도 하나,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모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문제의식의 농도가 짙어져갔다. “`내`가 아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게” 돼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 평생을 해왔고, 지금도 씨름하고 있는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향한 고민의 소산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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